정부가 대기업의 제2금융권 소유를 제한할 움직임을 보임에 따라 주요
대기업의 경영권 방어에 비상이 걸렸다.

보험 투자신탁등 계열금융회사들이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는 방법으로
경영권을 유지해 왔으나 앞으로 금융회사를 통한 경영권 안정이 불가능해
져서다.

특히 삼성이나 동부등 금융계열사의 보유지분이 많은 대기업들은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재계는 김 대통령이 밝힌 산업자본과 금융자본 분리방침에 따라 제2금융권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중장기적으로 소유지분을 제한하는 등 금융회사를
계열에서 분리하게 되면 외국의 적대적 M&A(인수합병)에 취약해지는 등
경영권 유지가 어려워질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19일 "30대 그룹계열 금융기관이 갖고 있는
계열사 보유지분은 해당기업의 경영권 안정에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며
"정부 방침대로 제2금융권이 장기적으로 대기업 계열에서 분리될 경우
경영권이 크게 흔들리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특히 "현재도 30대 대규모기업집단 소속 금융회사는 계열사
주식 취득한도가 정해져 있고 의결권행사 또한 제한되고 있는 반면
외국금융기관은 국내기업 주식을 마음대로 살수 있고 의결권도 행사할수
있다"며 "정부의 계획은 국내기업과 외국기업간 역차별을 더 심화시킬 것"
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확장을 방지한다는 목적으로
30대 그룹소속 금융기관에 대해선 계열사 주식을 10%이상 취득할수 없게 하는
동시에 의결권 행사도 못하게 하고 있다.

반면 외국 금융기관들은 30대그룹 소속 계열사 주식을 1백% 살수 있고
의결권을 행사해 경영에 참여할수도 있다.

현대 삼성 LG 대우 SK등 5대기업은 현재 모두 금융회사를 갖고있으며 이들
금융기관중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는 곳이 많다.

특히 삼성 금융계열사가 계열사 지분을 많이 갖고있다.

모두 11개의 금융회사를 갖고있는 삼성은 삼성생명이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그룹주력기업인 삼성전자 6.66%를 비롯 호텔신라(7.2%),
삼성중공업(4.37%) 등 주요계열사 지분을 갖고있다.

삼성전자는 다시 전관 전기 중공업 등의 주요주주다.

따라서 삼성생명을 축으로 그룹 전체 경영권이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삼성캐피탈도 삼성정밀화학(3.12%), 호텔신라(0.8%)를, 삼성카드는 호텔신라
(0.8%) 주식을 갖고있다.

이들 지분은 비록 의결권 행사는 제한되지만 경영권 행사에 우호지분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정부 계획대로 이들 금융기관의 지분소유에 제한이 가해지고
장기적으로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다면 경영권은 극히 불안정하게 될수 밖에
없다.

외국인 지분이 50%에 육박하는 삼성전자의 경우 외국인이 마음만 먹으면
쉽게 경영권을 탈취할수도 있다.

동부 그룹도 금융회사가 계열사 보유지분을 많이 갖고있다.

동부화재가 동부한농화학(10.26%), 동부건설(6.35%), 동부제강(13.64%)
등을, 동부생명이 동부건설(3.24%), 동부정밀화학(1.59%) 등을 갖고 있다.

이밖에 LG증권과 LG카드 등이 각각 LG전선, LG정보통신 등의 지분을,
쌍용화재가 쌍용중공업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5대그룹의 한 관계자는 "초일류기업으로 꼽히는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GE)은
산하에 GE캐피탈이란 엄청난 규모의 금융기관을 두고 있다"며 "미국처럼
선진자본주의에서도 허용하는 제조업체의 금융기관 운영을 금지하려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지는 발상"이라고 말했다.

< 강현철 기자 hck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