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폴존슨
역자 : 김욱
출판사 : 한.언
가격 : 9,800 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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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 조금이나마 사리에 밝은 정부가 있다면 나의 동상을 세워 주었을
것이다"
"나보다 더 착한 자가 있다면 나는 죽을래야 죽을 수 없을 것이다"
최초의 근대 지식인으로 존경받는 장 자크 루소.
그가 이런 말을 서슴없이 할 정도로 허영심에 가득찬 인물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아마 그에 대한 존경심이 저만치 사라질 것이다.
"위대한 지식인들에 관한 끔찍한 보고서"(폴 존슨 저, 김욱 역, 한.언,
9천8백원).
훌륭한 인격과 탁월한 학문적 업적으로 추앙받는 근대 지식인들의 이면에
감추어진 부끄러운 기록들을 들추어낸 책이다.
루소 마르크스 톨스토이 헤밍웨이 러셀 사르트르 촘스키 등 대문호와
석학들이 심판대에 올랐다.
저자인 폴 존슨은 "뉴 스테이츠먼"과 "스펙테이터"지 편집장을 지낸 영국의
저널리스트.
그는 수년동안 직접 찾아낸 방대한 자료와 주석을 칼날 삼아 지식인들을
향해 정면으로 겨눈다.
중세 성직자들을 비판하며 인류의 선각자와 지도자로 부상한 근대
지식인들.
존슨은 이제 현대인들이 그들이 도덕적 자질과 양심을 갖췄는지 검증할
차례라고 말한다.
일반인들은 흔히 예술가나 철학자의 도덕적 일탈을 너그럽게 눈 감아주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저자는 지식인일수록 더욱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인간의 행동 기준과 제도를 형성하는데 지식인들이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다면 이들의 삶을 제대로 조명하는 일은 더욱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존슨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놀라움을 넘어 충격에 가깝다.
젊은 시절 루소는 종종 뒷골목에서 여자들 앞에 바지를 벗어 내리기를 즐긴
노출증 환자였다.
또 사교계 귀부인들의 눈에 들기 위해 무던히 애쓴 속물에 불과했다.
"학문예술론" "에밀" 등을 통해 어린이의 교육에 높은 관심을 보인 그였지만
정작 자신의 다섯 아이들은 버리다시피 고아원으로 보낸 반인륜적인
아버지였다.
"예수를 제외하고 나에게 가장 깊이 영향을 준 인물은 루소다"라고 말할
정도로 루소의 글에 심취했던 톨스토이 역시 정신적으로 비정상인 인물
이었다.
존슨은 톨스토이가 평생의 목표로 삼은 것이 "그리스도의 나라를 지상에
세우는 일"일 정도로 허황된 사람이라고 힐난한다.
자신은 사창가를 뻔질나게 드나들면서도 "여성과의 교제는 사회악이다"
라든지 "남자가 타락하는 원인은 여자다"라고 말하는 등 여성에 관해서
그는 유치한 수준의 견해를 갖고 있었다고 고발한다.
불세출의 철학자 버트란드 러셀은 자신과 의견을 달리하는 사람은 누구든
사악한 동기에 의해 조종되고 있다고 믿고 있던 망상증 환자였다.
논쟁을 즐기던 그임을 생각하면 어이없는 일이 아닐수 없다.
실존주의 철학으로 금세기 최고의 철학자로 칭송받는 사르트르는 전형적인
남성 우월주의자로 묘사된다.
프랑스 살롱의 바람둥이 철학자이면서도 여성을 하나의 인간으로 생각하려
하지 않았다는 것이 존슨의 지적이다.
새로운 문체로 각광받은 헤밍웨이는 병적일 정도로 거짓말을 밥 먹듯이 했고
노동자의 사슬을 끊기 위해 자본론을 쓴 마르크스의 집에는 평생 임금 한푼
못 받고 노동력을 착취당한 가정부가 있었다.
존슨은 지식인들에게 현혹되지 말 것을 독자들에게 당부하며 결론을
대신한다.
그는 집단화한 지식인은 체제 순응적이 되기 쉬우며 사회 발전에 위험한
존재로 떠오른다고 경고한다.
91년 "지식인들 1.2"로 출간된 것을 한권으로 축약해 다시 펴냈다.
< 박해영 기자 bon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