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대한투자신탁에 3천5백만원을 가입했는데 대우채권비율이43.8%나
된다고 한다.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한지 이해하지 못하겠다. 가입 당시
한달후에 찾아야 하는 만큼 대우채권이 가능한한 없는 것으로 부탁까지
했는데 이 모양이다"

"지난 10일 신한투신운용의MMF에 2억2천만원을 맡겼다. 며칠 지나지도
않았는데 대우채권 편입비율이 60.8%나 된다. 전체의 평균수준(7.3%)이라면
받아 들이겠지만 너무한 것 아니냐"

최근 한경 데스크에는 이런 전화가 줄을 잇고 있다.

한결같이 성난 목소리다.

이들은 환매제한조치를 취한 정부를 성토하는게 아니다.

완전히 수긍하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해할수 밖에 없는 조치로 받아
들인다.

투자자들이 흥분하는건 투신(운용)사및 증권사다.

그들의 부실하고 방만하기 짝이 없는 자산운용행태이고, 그들의 무책임하고
면피제일주의적 대응태도다.

실제가 그렇다.

최근 드러나고 있는 투신사의 자산운용행태는 어떻게 신용을 먹고 사는
금융기관이란 간판을 걸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상당수 투신사들은 제멋대로 펀드자산을 편출입했다.

기관이나 법인이 가입한 펀드에 들어 있던 대우채권을 힘없는 개인 펀드에
무자비하게 빼돌렸다.

그것도 부적격채권을 편입할수 없도록 명시된 신종MMF의 약관을
어기면서 말이다.

그러다보니 대우채권비율이 98%인 펀드도 발견됐다.

투자자로선 기가 막힐 노릇이다.

증권사도 마찬가지다.

그저 실적올리기에 급급, 가입자에게 펀드내용을 설명조차 해주지 않았다.

이제 와서 "왜 설명하지 않았느냐"고 따지면 "그건 투자자의 책임"이라고
떠넘긴다.

자신의 억울함을 신문사에 하소연한 투자자에게 "그렇다면 절대 돈을
돌려주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재벌계열 증권사도 있다.

"대우채권 비율이 왜 이리 높냐"고 따지면 그건 투신운용사의 책임이라며
"나 몰라라"하는게 대부분 증권사다.

물론 투신사의 편법자산운용을 방조한 금융감독원의 책임이 크다.

그러나 투자자불만을 해소할 1차적인 책임은 투신사와 증권사에 있다.

나름대로의 원칙을 마련, 투자자의 질의에 성실히 답변해야 한다.

잘못이 있으면 과감히 인정하고 그에 따른 배상도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나 몰라라" "갈테면 가라"는 식으로 대응한다면
잃어버린 신뢰를 좀처럼 찾을 수 없다.

그리고 결과는 하나다.

퇴출이다.

< 하영춘 증권부 기자 hayou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