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증권 부분환매가 시작된 13일 환매규모는 예상보다 많지 않았다.

오전 한때 증권.투신사 영업점에는 많은 사람들로 붐볐지만 대량 환매소동
은 없었다.

그러나 펀드의 불법.편법운용 사실이 드러나면서 고객들이 거세게 항의하고
있어 새로운 불씨가 되지않을까 우려된다.

고객들은 1백80일이 지난 뒤 대우채권의 95%를 지급한다는 각서를 증권.
투신사에 요구하기도 했다.

특히 MMF(머니마켓펀드) 가입자들의 반발이 거셌다.

투신사의 불법 운용에 대해 법적소송으로 대응할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불법운용은 감독당국의 방조가 없었더라면 불가능했다는 점에서 MMF에
대해서는 환매제환을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 MMF 왜 문제인가 =MMF에 대우그룹 채권이나 기업어음(CP)가 무더기로
편입돼 있는가 하면 개인들이 가입한 펀드에 집중적으로 대우채권이 몰려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MMF는 언제라도 환매수수료 부담없이 찾을수 있는 초단기 공사채형 수익증권
이다.

일시 여유자금을 맡기는 개인사업자, 개인, 법인 등이 주된 고객이다.

물론 금융기관 자금도 있다.

그러나 약관상 편입이 불가능한 투기등급의 대우채권및 CP(기업어음)를
펀드에 80%까지 채우고 있는 MMF도 있는등 탈법운용이 판 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달 투신사들이 대우그룹에 2조7천억원의 신규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인수한 대우그룹 CP가 MMF에 집중돼 있어 더욱 큰 문제점인 것으로 지적됐다.

투신협회 관계자는 "MMF에 편입이 불가능한 대우그룹 CP를 편입하는지를
감시하지 않은 감독당국과 고금리 제시로 자금유치를 위해 탈법을 자행한
투신사들의 공동 책임"이라고 말했다.

<> MMF 비중 =지난 13일 현재 MMF 수탁고는 30조원으로 전체 투신사 수탁고
(2백50조원)의 12%를 차지한다.

공사채형 수익증권 잔고의 15% 수준이다.

회사별로는 신설 투신운용사들 MMF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수탁고에서 대우채권 비율이 높은 투신운용사 가운데 MMF 비중이 많은
곳은 서울투신운용(19%) 주은투신운용(28%) 한빛투신운용(27%) 삼성투신운용
(22%) 등이었다.

투신운용사의 MMF 비중이 높은 것은 증권사들의 판매경쟁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증권사들이 판매수수료 수입을 챙기기 위한 판매경쟁을 위해 MMF의 제시
금리를 높일수 밖에 없다.

자연히 고금리 채권인 대우채권까지 편입하게 된 것이다.

지난달 26일 금융기관 환매금지 조치후 증권.투신권으로의 자금유입이
둔화되자 증권.투신권이 자금을 끌어당기기 위해 무리하게 금리를 높게
제시한 것도 문제의 화근이었다.

지난 26일이후 "언제라도 수익증권을 환매해 주겠다"는 확인서를 써주면서
까지 수익증권을 판매해온 증권사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 감독당국의 직무유기 =금융감독원은 지난해말 투신권 자금의 만기불일치
를 해소하기 위해 신종MMF를 선보였다.

이때 만기 1년이상의 회사채, 투기등급 회사채및 CP 등을 편입하지 못하도록
약관을 만들었다.

그러나 실제 이같은 규정이 전혀 지켜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감독
당국의 책임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지난달 투신권이 대우그룹에 2조7천억원의 신규자금을 지원하면서
인수한 대우 CP의 경우 어느 펀드에 넣을까가 당시 투신권의 최대 고민
이었다.

모든 펀드에 골고루 편입돼야 하지만 일부 회사의 경우 MMF에 이를 집중적
으로 편입시킨 것이다.

한 투신사 관계자는 "감독당국의 묵인내지 방조가 없었다라면 MMF의 불법
운용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투신사의 도덕불감증 =투신사들은 고객재산을 선량하게 관리할 "선관자"
의 의무를 지게돼 있다.

그런 투신사들이 불법을 저질렀다는 점은 신뢰를 생명으로 하는 증권사와
투신사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환매연기조치 하루전인 지난 12일 1억원을 MMF에 맡긴 한 투자자는 펀드에
대우채권이 20%정도 편입돼 있는 것을 확인한 뒤 "명백한 불법인 것인 만큼
소송을 걸겠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한 투신사 채권펀드매니저는 "불법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대우사태라는 비정상적인 금융환경에서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대우그룹이 설마 무너지겠느냐는 투신권의 안이한 생각이
화근이었다"고 말했다.

< 장진모 기자 j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