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의 8.15 경축사중 경제분야는 크게 <>경제번영 <>경제정의
실현 <>중산층 육성과 서민생활 향상 등 세가지 정책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각각의 목표를 구현하기 위한 정책방향도 담고 있다.

경제번영과 관련해서는 재벌개혁과 지식기반경제 구축을, 경제정의 실현을
위해서는 부정부패의 척결과 세제개혁을 약속했다.

중산층 육성과 서민생활 향상 대책으로는 국민기초생활 보장 등 "생산적
복지"를 강조했다.

김 대통령은 또 경제번영의 비젼도 제시했다.

임기말인 2002년의 1인당 국민소득을 1만2천달러로 끌어올린다는 것 등이다.

이를 이루려면 물가상승이 2-3%로 억제되는 가운데 연 5-6%의 경제성장이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성장위주의 기존 경제정책이 당분간 지속되리라는 전망이다.

김 대통령의 이같은 구상은 종래의 이분법적 사고로 바라보면 "형평"과
"효율"중 전자에 보다 기운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재벌개혁을 통해 경제번영을 이루겠다고 하는 부분이라든지 경제정의를
강조한 사실이 그렇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최근 유럽과 미국의 새로운 사조로 대두되고
있는 "신 사회주의" 또는 "제3의 길"을 철학적 기초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혹자는 김 대통령이 인본주의를 강조해온 점을 들어 "인본주의적 시장경제"
로 풀이하기도 한다.

일자리 창출과 인간개발을 통한 생산적 복지를 새로운 화두로 제시한 점이
그 근거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앞으로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몇가지 시나리오를
예상해 볼 수 있다.

첫째는 재벌에 대한 구조조정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사실이다.

대통령 자신이 "역사상 처음으로 재벌을 개혁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한 만큼 조만간 특단의 조치가 나올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또 외환위기 이후 뚜렷해진 정부 재정기능의 확대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식기반 경제의 구축이라든지 국민기초생활 보장 등을 위해서는 재정지출
이 늘어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편 이같은 김 대통령의 경제정책 구상에 대한 비판의 소리도 없지 않다.

무엇보다도 형평이 지나치게 강조된 나머지 효율성이 간과될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세제개혁이나 재벌개혁이 자칫 기업의욕을 꺾는 방향으로 왜곡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재계에서는 개혁의 방향이 재벌에게만 편중돼 있다는 볼멘 소리도
나오고 있다.

개혁이 지체되고 있기는 공공부문이나 노사부문도 마찬가진데 재벌들만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김 대통령은 이번 경축사에서 공공부문이나 노사부문 개혁에 대해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이같은 지적과는 전혀 다른 측면에서 진보적 진영에서는 오히려 정부의
개혁의지가 미약하다는 비판도 가하고 있다.

특히 세제개혁에 대해서는 조세정의의 실효성에 의문을 표하는 이들이 많다.

금융소득 종합과세의 부활만 해도 세금부담이 늘어나는 계층은 2만명 안팎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된다.

또 상속.증여세제 강화는 전체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가 채 안된다는
점에서 "과대포장"된 것으로 지적받고 있다.

이밖에 비전의 실현가능성이나 정부 역할의 비대화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있다.

연 5~6% 성장에 물가를 2~3%로 억제하기가 말처럼 쉽겠느냐는 지적이다.

가령 중소.벤처기업 육성의 경우 정부가 직접 지원하기 보다는 제도적
뒷받침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또 신지식인 양성 등에 대해서도 학계 일각에서는 신지식인에 대한 개념
자체에 사회적 합의가 도출되지 않은 "정책적 구호"에 불과하다며 재고를
촉구하고 있다.

< 임혁 기자 limhyuc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