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어웨이 브라이드는 "프리티 우먼"(90년)의 명콤비가 엮은 로맨틱 코미디.

줄리아 로버츠, 리처드 기어, 그리고 게리 마샬 감독이 프리티 우먼이후
9년만에 호흡을 맞추었다.

영화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남녀가 우연히 인연을 맺고 서로에게서
참사랑을 찾는 과정을 코믹터치로 그렸다.

프리티 우먼의 기본골격인 신데렐라 스토리를 허물고 여주인공에게 보다
적극적인 캐릭터를 부여, 남녀관계를 대등한 수준으로 끌어올린 게 좀
다르다.

아이크(리처드 기어)는 뉴욕 USA투데이지의 칼럼니스트.

마감시간에 쫓기던 그는 단골술집의 취객으로부터 세번의 결혼식에서 모두
성혼선언 직전 신랑을 버리고 줄행랑을 친 시골처녀 매기(줄리아 로버츠)에
대한 얘기를 듣는다.

"도망가는 신부"란 근사한 제목을 붙일 수 있는 이 얘기를 놓칠 아이크가
아니다.

아이크는 그러나 사실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휘갈겨 쓴 무책임한 기사란
매기의 항의로 해고당한다.

아이크는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네번째 결혼식을 앞둔 매기를 찾아가
취재하지만 서서히 매기의 매력에 빨려든다.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어법을 충실히 따랐다.

남녀가 만나 호감을 느끼고 마음속으로 사랑의 줄다리기를 벌이다 헤어질
위기에 놓이지만 결국은 한몸으로 맺어지게 된다는 것.

결과가 환히 들여다 보이는 데도 에피소드의 연결이 맛깔스러워 보는 맛이
남다르다.

"나의 참모습을 깨닫고 그걸 알아주는 남자와 사랑을 이룬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묶어둔 마지막 매듭을 푸는 힘은 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 김재일 기자 kji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