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청은 지난 92년말부터 시작한 의정부와 동두천간 복선전철 총사업비로
4천5백59억원을 예산당국에 요구했다.

타당성 조사 당시 9백86억원이었던 사업이 6년만에 5배 규모로 불어난
것이다.

물가가 올랐고 보상면적이 늘어났다는게 표면적인 이유였다.

그러나 애당초 주먹구구식으로 사업비를 추정했을 뿐 아니라 총사업비를
초과해 임의로 계약을 맺은 뒤 추가로 돈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요즘 이런 현상이 공공사업장에서 만연하고 있다.

거덜난 집안에 자식들은 줄줄이 돈타령만 하는 식이다.

가진 돈은 뻔한데 쓸곳만 늘어난다면 그 집안은 망할 징조다.

나라살림을 꾸리는 기획예산처는 96개 주요 투자사업에 대한 총사업비를
70조3천억원으로 8조5천억원(13.8%) 늘려 예산에 단계적으로 반영키로 했다.

정부부처와 지자체 및 공기업들이 이들 사업에 대해 당초 계획보다 15조원
이나 늘려 달라고 보챈데 따른 결과다.

대형 공공사업의 총사업비가 고무줄처럼 늘어나는 데엔 물가상승 등
불가피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일단 "삽질"만 시작하면 설계를 변경하고 추가 사업비를 얻어낼 수
있다는 정부 내부의 도덕적 해이 현상이 주범이다.

대형 공공투자 사업을 발주하는 부처나 지자체는 타당성조사-기본설계-실지
설계-용지보상 등의 단계를 거치면서 관행처럼 사업비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우는 아이에겐 "떡"을 주거나 "매"를 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나라 살림은 넉넉하게 떡을 줄 상황이 아니다.

지난해 나라살림 가계부는 18조7천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어 올해 적자 규모는 23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98년말 현재 나라빚은 1백43조3천9백6억원에
달한다.

97년의 63조4천9백28억원보다 2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국민 1인당 3백10만원꼴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올해 경기회복에 따른 과실(추가세입 5조원)중 절반을 국채발행을 줄이는데
쓰겠다던 정부 공약도 수해와 함께 공약이 되고 말았다.

나라의 주인인 국민은 "쌈지돈"까지 꺼내 수해에 빠진 나라살림을 돕고
있다.

그러나 대리인(agent)에 다름 아닌 정부 지자체 공기업이 주인의 돈(세금)을
낭비하는데 앞장선다면 퇴출감이다.

< 유병연 경제부 기자 yooby@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