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전부터 국내 조명기 시장에선 전구식 형광등이 히트를 치고 있다.

가느다란 유리관 세개를 U자형으로 구부려 만든 꼬마 형광등이다.

이 형광등은 일반 백열전등 소켓에 바로 끼워 쓸 수 있다는 게 특징.

밝기나 절전효과는 그대로 살리면서 기존의 백열등을 쉽게 대체할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이 전구식 형광등을 써 본 소비자라면 한가지 아쉬운 점을 느꼈을지
모른다.

형광등 길이가 다소 길다는 점.

때문에 백열등 소켓에 꽂으면 돌출부분이 길어 눈에 거슬릴 뿐더러 깨질
염려도 있다.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벤처기업 주마는 바로 그런 호기심에서 싹이 텄다.

주마의 김성호(38) 사장.

지난 95년 중국의 전구식 형광램프 합작회사에 근무하던 그는 "전구식
형광등을 좀더 짧게 만들 순 없을까"라는 고민에 빠졌다.

어느날 세번 구부러진(3U) 전구식 형광등을 유심히 살펴보던 김 사장은
무릎을 탁 쳤다.

"그래 이걸 네번 구부리면 되잖아"

마치 "콜롬부스의 달걀"과 같은 발상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만들어낸 U자형 유리관 네개짜리 4U형광등은
3U형광등보다 3cm 정도 짧지만 밝기는 25%가량 더 밝게 나왔다.

"뭔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중국 회사를 그만두고 한국에 돌아와 회사를 설립했다.

그때가 지난 97년 여름.

일단 한국에서 4U형광등을 특허 의장등록했다.

판로를 고심하던 김 사장에게 기회는 손님처럼 찾아왔다.

작년 8월 서울 코엑스(COEX)에서 열린 조명기기전시회에 출품한 4U형광등을
유심히 본 브라질의 한 바이어가 찾아온 것.

그는 일단 샘플로 소량을 주문하더니 현지에서 반응이 좋다며 주문량을
늘리기 시작했다.

올들어 6월까지 브라질에 내보낸 물량만 34만달러(약 4억원)어치.

8월 한달동안엔 30만달러 어치를 수출할 예정이다.

오는 10월부턴 월 수출량을 76만달러 어치로 늘리기로 했다.

그럴 경우 올해 수출만 3백만달러(36억원)에 달할 전망.

최근엔 미국 홍콩 도미니카 등에서도 수출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

기존의 3U형광등에 비해 실용적인데다 품질도 오스람 필립스 등 세계적 업체
제품에 비해 손색이 없다는 평판이 퍼지고 있는 것.

주마의 김사장은 요즘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갑자기 수출주문이 밀려 현재 부천공장 생산능력으론 당해낼 수 없을
지경이어서다.

그래서 일산에 3백평 규모의 아파트형 공장을 분양받아 생산설비 확장을
진행중이다.

여기에만 총 12억원을 투자했다.

8월말께 완공되는 새 공장은 월 30만개의 4U형광등을 생산할 수 있는
일관공정을 갖추게 된다.

그동안 외주에 의존했던 핵심 부품들을 직접 생산할 수 있게 돼 비용도
상당히 아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내수시장엔 눈 돌릴 겨를 조차 없다. 워낙 수출주문이 쇄도하고 있어서다.
내년 수출 목표액은 1천만달러다. 이를 위해 품질을 더욱 높이고 새로운
아이디어 상품을 내는 데 주력할 생각이다"

새내기 벤처기업가 김 사장은 요즘 새 공장 가동을 준비하랴, 부설 연구소
설립과 코스닥 등록 등을 추진하랴 눈코 뜰 새가 없다.

(032)552-2705

< 차병석 기자 chab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