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과 대그룹이 서로 짜고 상대방이 발행한 후순위채권과 기업
어음을 매입, 교차지원을 한 것으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결과 드러났다.

공정위는 9일 5대 그룹에 대한 3차 부당내부거래 조사 결과 금융기관이
발행한 후순위채를 대그룹 계열사들이 매입하는 댓가로 금융기관이 대그룹
계열사발행 기업어음을 사준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금융기관은 금융구조조정이 한창이던 지난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해 후순위채를 대규모로 발행했다.

이를 자금사정이 좋은 대그룹 계열사가 매입하는 조건으로 금융기관이
자금난을 겪고 있던 다른 대그룹 계열사들의 어음이나 회사채를 매입해
줬다는 것이다.

이같은 매매형태는 BIS 비율을 높이는데 몰두해있던 금융기관과 자금확보가
주목표였던 부실 기업과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발생한 것으로 이번 3차
조사에서 공정위가 계좌추적권을 동원하자 처음 밝혀진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가 계좌추적권을 발동한 것은 현대와 삼성 등 2개 그룹이었기
때문에 관련기업이나 금융기관은 이 2개 그룹 계열사와 거래은행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일부 대그룹은 역외펀드에 자금을 투자한뒤 이 역외펀드로 하여금
부실한 계열사를 지원하도록 하는 방식을 사용, 부당지원한 혐의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곧 전체회의를 열어 이같은 교차지원 행위의 위법성에 대해
심사할 예정이다.

< 김성택 기자 idnt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