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자동차 처리는 한달이 넘도록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삼성자동차가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은 지난 6월30일.

이후 삼성생명 상장,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추가출연 등의 문제가 불거져
나왔다.

문제해결을 위해 정부와 삼성, 채권단과 삼성이 조율과 힘겨루기를 했지만
아직 진전된건 없다.

삼성자동차 문제는 이번주중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그러나 매듭이 풀리는게 아니라 더 꼬이는 양상이다.

채권단은 주중 운영위원회를 열어 삼성계열사에 대해 금융제재를 논의할
예정이다.

삼성자동차 부채를 책임지도록 7일까지 확약서를 낼 것을 요구했지만
삼성이 거부했기 때문이다.

채권단은 이건희 회장이 삼성자동차 부채중 2조8천억원에 대해 책임을 지기
위해 사재인 삼성생명 주식 4백만주(협력업체 손실분 50만주 포함) 출연
했지만 주식가치가 2조8천억원에 못미칠까봐 걱정했었다.

따라서 2조8천억원을 확실히 책임지겠다는 내용의 문서를 요구했다.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추가 출연을 명문화하도록 압박한 것이다.

삼성은 이미 출연한 삼성생명 주식을 평가해 보고 삼성차 부채 처리에
부족한 것으로 나타나면 그때가서 삼성이 추가로 부채를 책임지는 방안을
논의하면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삼성과 채권단의 입장차이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채권단은 제재방안으로 신규여신 중단, 이건희 회장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제기등을 검토하고 있다.

5대그룹 계열사에 대한 신규여신 중단은 작년말 LG반도체에 취해진 적이
있다.

당시엔 빅딜 지연이 이유였다.

삼성의 자금여력을 감안할 때 신규여신 중단의 실제 효과는 미지수다.

그러나 상징적인 의미는 강하다는게 금융계 안팎의 분석이다.

채권단은 이 회장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문제에 관해서도 법적인 검토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으나 쉽사리 선택할 수 있는 카드로는 여기지 않는
분위기다.

이처럼 삼성자동차 처리가 장기화되면서 갖가지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은행들은 삼성차 발행 어음에 대해 삼성의 지급보증이 없으면 협력업체에
어음 할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삼성과 채권단간 손실보전 협상이 지연되면서 삼성차 협력업체들이 연쇄
부도위기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 이성태 기자 ste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