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신라사회와 화랑에 대한 새롭고도 충격적인 사실을 담고 있는 이 필사본이
이교수의 주장처럼 진짜라면 신라사를 처음부터 다시 써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2개의 필사본을 근거로 이 책을 펴냈다.
하나는 지난 89년 재야사학자 이태길씨가 발표한 32쪽짜리다.
여기에는 귀족 여인들의 자유분방한 성관계 등 상스러운 부분이 빠져있다.
다른 하나는 노태돈 교수가 95년 공개한 1백62쪽 분량의 필사본.
한학자겸 문장가 박창화(62년 작고)씨가 1934~44년 일본 궁내성 도서과에서
촉탁근무할 때 직접 손으로 옮겨 적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교수는 줄곧 이 필사본이 진짜라고 주장해 왔다.
그는 "화랑세기 필사본은 유교적인 윤리관이 퍼지기 전의 신라사회를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라며 "현재의 윤리관을 바탕으로 필사본의 진위를
논해선 안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가짜라고 반박하는 노태돈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와 지난달 계룡산에서
"한국고대 부체제설"이란 주제로 논쟁을 벌인데 이어 전국 대형서점에서 출판
기념회를 갖는 등 대중홍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러나 노교수는 이 필사본이 가짜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는 "필사본 화랑세기는 박창화씨가 13세기에 쓰여진 삼국유사를 참조해
만든 위작"이라고 반박한다.
그는 또 "고대사에 능통한 박씨는 위작능력이 충분하다"며 "2권의 도색성이
강한 한문소설을 썼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화랑세기는 신라귀족 김대문이 쓴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원본은 없다.
필사본에는 540~681년 화랑의 우두머리인 풍월주 32명의 출생 가족관계 성격
등이 기록돼 있다.
이 필사본을 보는 학계의 시각은 사학계를 중심으로 <>진짜다 <>가짜다
<>좀 더 확인이 필요하다는 3갈래로 나뉘어져 있다.
숫적으로 볼 땐 노태돈 교수를 필두로 한 가짜설이 우세하다.
이기동(동국대), 김태식(홍익대), 주보돈(경북대) 교수 등 고대사학계
주류학자들이 이에 동조하고 있다.
이종욱 교수의 스승인 이기백 교수도 여기에 들어있다.
이에 반해 진짜라고 확신하는 이교수의 주장을 지원하는 학자는 사학계에서
이재호 부산대 명예교수와 비서울대 출신 일부 소장학자들이다.
국문학 전공인 김학성 교수와 정연찬 서강대 명예교수는 이교수를 적극 후원
하고 있다.
학계에서는 이번 책 발간을 계기로 일본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를 원본의
행방이 알려지기를 바라고 있다.
< 강동균 기자 kd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