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낸자(bonanza).

노다지 또는 뜻밖의 행운을 뜻하는 미국식 영어다.

서부 개척시대에 보낸자는 황금향을 의미하는 엘도라도(El Dorado)와 함께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어로 통했다.

적수공권으로 서부에 뛰어든 수많은 미국인들은 보낸자를 캐내 일확천금의
성공을 거두겠다는 꿈을 키웠다.

21세기를 지척에 둔 요즘 수많은 미국인이 또다시 보낸자를 캐내려는 열기에
휩싸여들고 있다.

서부 개척시대와 달리 보낸저의 내용물이 금맥 대신 주식투자로 바뀌었다는
게 차이점일 뿐이다.

미국인들의 금융자산 가운데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90년초만 해도 50%를
밑돌았지만 올들어서는 73%로 높아졌다고 한다.

주식 투자의 매력은 종목만 잘 고르면 은행 예금을 몇배 이상 웃도는 수익을
챙길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예금에 붙는 이자율이 2~3%에 불과할 정도로 초저금리 사회라는
점까지 고려한다면 주식 투자 붐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미국 경제가 9년째 장기 호황을 지속하고 있는 원동력이 주식 투자에서
돈을 챙긴 소비자들의 왕성한 소비 지출 덕분이라는 것은 이미 정설로
확인돼 있는 터다.

그러나 최근 미국내에서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신종 보낸자 신드롬은 이런
낙관의 한계를 뛰어넘는다.

본업을 제쳐놓은 채 하루 종일 컴퓨터 단말기에 붙어앉아 주식의 사고
팔기를 되풀이하는 데이 트레이더(day trader)들이 급증하고 있어서다.

적게는 몇만달러에서부터 수십만달러까지의 판돈을 갖고 전자오락하듯 주식
투기를 생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이 변호사 회계사 등 고급 전문직 출신자
들을 포함해 줄잡아 수십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로 인한 미국의 사회적 병리 현상이 벌써부터 심각하게 드러나고 있다.

정상적인 과정과 노력을 거쳐 성공하기보다는 손쉽게 일확천금을 거두려는
심리가 빠르게 번져가고 있다.

도박의 결과로 패가망신한 데이 트레이더들의 사회적 범죄도 점점 심각해
지는 추세다.

최근 미 남부의 애틀랜타에서 총기를 난사해 9명을 순식간에 살해한 사건의
범인도 바로 실패한 데이 트레이더였다.

데이 트레이딩을 가능하게 한 것은 인터넷의 출현이다.

미국 못지않은 증시 활황을 구가하고 있는 한국에 주식 투기를 통한 일확
천금의 보낸자 신드롬이 남의 일일 수만은 없을 성싶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