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 하는 김에 제대로 해야 할텐데"

정부가 채권단과 함께 대우문제를 해결하기로 했음에도 정교하지 못한
일처리로 불안감을 주고 있다.

대우구조조정을 감시하면서 지원해야 할 어려운 입장은 이해하지만 이왕
시작한 마당에 좀더 치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채권단이 만기연장과 회사채재매입 등을 통해 엄청난 손실을 떠안기로 한
것은 대우위기가 한국경제의 제2위기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

금융감독위원회 등 정부 부처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는 등 강한 의지를
보였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몇가지 실수를 거듭하고 있어 자칫 구조조정이 뒤틀리지 않을까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우선 대우의 해외거래선과 해외채권단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

요즘 외국은행 국내지점에는 대우와 거래하는 해외기업들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대우에 납품을 계속해야 할지,말아야 할지 몰라 무슨 정보라도 얻어볼까하는
안타까움에 전화를 하고 있다.

외은지점들도 속이 타기는 마찬가지다.

정부가 국내은행들에는 추가담보를 전제로 만기연장을 지시했는데 자신들
과는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급기야 몇차례 회의를 한 외은지점은 대표자격인 에드워드 켈러허 BOA지점장
을 금감위 오갑수 부원장보에게 보내 국내채권단과 동등대우하겠다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초기부터 "왕따"당했다는 불쾌감과 대우해결전망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하다고 한다.

처음부터 해외부채와 해외거래선 문제를 깊이 생각하지 못한 탓이다.

대우구조조정의 주도권문제도 오락가락했다.

이헌재 위원장은 주초 주요 은행장들과 만나 대우구조조정은 채권단이
주도하는 것처럼 방향을 정했다.

8월11일이라는 날짜까지 못박아 구조조정안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것 역시 순탄치 않았다.

채권단은 직접 구조조정방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책임소재의
불분명성이나 경영권 간섭을 이유로 꺼렸고 대우도 외면했다.

분위기가 좋지 않자 구조조정 주도권은 대우가 갖는다고 방침을 바꾸는 것
같다.

대우 문제는 한 그룹의 문제가 아니다.

대우 구조조정이 성공하면 한국경제가 제2의 도약을 이룰수도 있다는게
외국의 평가다.

이런 중차대한 시기에 정부가 정교하고 명확한 처리방향을 세우지 못한채
흔들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

< 고광철 경제부 기자 gw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