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10일 발효된 개정 공연법이 형평성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주관하는 행사에서는 일본 대중가수들의 일본어
공연이 가능한 반면 민간 공연기획사가 주최하는 공연에선 사실상 제약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개정 공연법 시행령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주관하는 외국가수의 국내
공연은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추천 없이도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민간 공연기획사가 주최했을 경우에는 등급위원회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

규정상 자율추천 사항이지만 실질적으로 등급위원회의 심의를 받고
있다는 얘기다.

오는 31일 인천 송도에서 열리는 "99트라이포트 록 페스티벌"이 그 단적인
사례다.

이 행사는 민간 기획사가 주관하는 국제규모의 대형 록 페스티벌이다.

여기엔 ''매드 캡슐 마켓츠''와 ''오블리비언 더스트'' 등 일본 록 그룹이
참가한다.

이들이 일본어가 아니라 영어로 노래하면 그만큼 공연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반면 부산시 산하 부산축제문화진흥회가 8월1일 부산 광안리해수욕장에서
여는 "제1회 아시안 록 페스티벌"에선 일본 록그룹 2개팀이 일본어로
노래한다.

부산시는 자체 협의를 거쳐 이 일본어 공연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문화관광부 관계자는 "민간이 주최하는 공연도 국제적인 행사일
경우엔 일본 대중가요 공연을 할 수 있다"며 "다만 공연법 개정 이후 민간
기획사측에서 이를 요청해 온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같은 문화부의 설명과는 달리 기획사측은 "사실상 등급위원회의 추천을
받는게 힘들어 아예 일본어 공연 신청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한다.

외국에서 온 가수가 우리나라의 어떤 공연장에서는 자기나라 말로, 다른
공연장에서는 영어로 노래하는 모습이 국제화시대에 어쩐지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다.

글로벌 스탠더드를 외치는 판국에 말이다.

일본 대중문화 개방문제가 민감한 사안이기는 하지만 정부가 뚜렷한
기준없이 문화개방정책을 펴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본 대중문화 2차개방을 앞두고 공연법상의 형평성 문제가 꾸준히 제기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정부는 일관성있는 문화개방정책을 수립해야할 것
같다.

< 강동균 기자 kd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