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경제상황을 바라보는 안팎의 시각이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다.

대우의 구조조정 발표에 이어 갖가지 악재가 쏟아지면서 제2의 위기가 다시
오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마저 확산되고 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경고성 발언이 아니다.

외환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모범생"이라는 칭찬은 이미 옛날 얘기가
돼가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정부와 기업, 그리고 국민이 경제위기를 극복할때의 초심으로
돌아가 경제현안을 해결해야할 때다.

경제불안감을 조기에 차단하는 일이 시급한 과제다.

부정적인 평가는 국제금융시장에서 먼저 나왔다.

한국이 발행한 외국환 평형기금채권의 가산금리가 급등했다.

5년 만기 외평채 가산금리는 미국 재무부 채권 기준으로 전날보다
0.07%포인트 오른 1.76%를 기록했다.

2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산업은행이나 한국통신등 공기업이 발행한 채권금리는 말할 것도 없다.

일제히 상승세를 나타냈다.

어렵사리 낮춘 "코리아 프리미엄"이 하루 아침에 원상복귀되는 양상이다.

이같은 부정적인 평가는 물론 대우의 구조조정방안에 대한 시각을 반영한
것이다.

10조원의 담보를 내놓고 만기연장과 신규여신을 요청한 대우의 구조조정
방안이 연내에 성공을 거둘지에 대해 확신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국제적인 신용평가기관인 피치IBCA가 대우 발표 이후 즉각 대우의 신용등급
을 낮춘 데서 이를 확인할수 있다.

비단 대우 문제만이 아니다.

결론이 날듯 하면서도 늦어지고 있는 제일은행과 서울은행, 그리고 대한생명
의 해외매각도 한국의 대외신인도를 끌어내리고 있다.

금융기관의 매각이 늦어질수록 부실은 커지게 돼있다.

대우 문제가 아니더라도 국제기구에선 한국의 은행들에게 대손충당금울
더 쌓도록 요구하고 있다.

상반기에 대규모 흑자를 냈다고 발표한 은행들중 일부는 연말에 적자로
돌아설 수도 있다.

외국투자자들은 이미 한두달 전부터 한국의 분위기에 의문을 나타내고
있었다.

경제위기를 극복하겠다고 허리띠를 졸라매던 사람들이 아니라고 보기 시작
했다.

주식투자자금이 7월들어 3억달러 이상 빠져 나갔다.

중국위안화의 평가절하설과 겹쳐 원화가치는 올들어 처음 1천2백원대로
떨어졌다.

게다가 국제유가는 껑충 뛰어올라 인플레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경기회복의 밑거름이 됐던 저금리기조도 무너질 조짐이다.

회사채 금리가 9%대로 올라서 증시를 위협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위기에 적극 대처해야할 경제주체들이 아직 상황파악을 하지
못하는데 있다.

사정이 이처럼 악화되는 데도 국민들은 위기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백화점 매출은 경제위기 이전으로 다시 돌아갔고 전력소비는 사상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위기가 극복되기도 전에 국민정신이 먼저 풀어지는게 아닌가하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경기회복세는 뚜렷하지만 개혁과 구조조정분야에서는 거의 성과가 없다"
(미국 MIT대학의 루디거 돈부시 교수)는 평가가 설득력을 얻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게다가 정치권도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신당창당 내각제 연기 등 정치권 이전투구에 멍들고 있는 경제를 보면서
이대로는 안된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우선 대우 문제를 신속하고도 분명하게 해결해야 한다.

이승윤 전 부총리는 22일 제주에서 열리고 있는 전경련 세미나에서 "기아
건으로 지나치게 시간을 끄는 바람에 문제가 생겼던 것"이라며 좋은 수습책을
내서 빨리 해결해야 불필요한 손실을 줄일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정부는 대우 문제를 투명하게 처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시장을 설득할 수 있는 스케줄을 제시하고 일관성있게 추진하는게 성공의
관건이다.

< 박영균 경제부장 yg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