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란하게 출범했던 각종 벤처관련 단체들이 잇따라 쓰러지고 있다.

이의 한 요인으로 이들 단체를 지원하는 정부의 전시행정이 꼽힌다.

20일 벤처산업계에 따르면 한국벤처연구소 한국여성벤처협회 등 벤처단체들
이 발족한 지 1년여 만에 유명무실해지면서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한국 최초의 벤처전문 연구소"를 표방하며 지난해 출범한 사단법인
한국벤처연구소(소장 한정화)는 연구실적을 내보지도 못한 채 최근
벤처기업협회(회장 이민화)에 흡수될 것으로 알려졌다.

벤처연구소 관계자는 "벤처기업협회측이 자금지원을 약속하자 벤처연구소의
대다수 구성원들이 반대하는데도 통합되는 바람에 사실상 조직이 와해됐다"
고 말했다.

60여명의 교수들이 주축이 돼 만든 벤처연구소는 발족 당시 "국내외
전문가들의 지식과 역량을 결집해 벤처산업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발전방안을
제시하겠다"고 약속했었다.

지난해 "여성 벤처기업의 권익보호"를 내세우며 출범한 여성벤처협회 또한
당초 사업계획에 비해 활동이 미미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벤처기업협회 등에서 그동안 여성벤처협회의 존재를
껄끄럽게 여겨왔고 중소기업청으로부터도 박대받곤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중기청이 벤처육성책을 남발한 데 따른 부작용이 서서히
나타나는 것 같다"며 "전시홍보 행정부터 없어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과학기술부 관계자는 "중기청이 외국자본을 끌어와 결성한다는
공공펀드만 해도 결성되기도 전에 수십차례 보도돼 혼란스럽다"면서 "과기부
가 수백억원대의 공공펀드(MOST 1,2호 조합)를 조성해 투자를 집행하면서도
거품을 우려해 불필요한 홍보를 자제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라고 덧붙였다.

< 문병환 기자 m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