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업계에 "블랙 엔젤(Black Angel)"이 나타나 활개를 치고 있다.

벤처기업을 돕는 "천사"(엔젤)와는 달리 비밀기술을 빼내는가 하면 고리
사채놀이를 일삼는 "악마"(블랙 엔젤) 노릇을 하는 것이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벤처붐을 틈타 상당액의 사채자금이 벤처업계
에 흘러들어와 블랙 엔젤로 악명을 떨치고 있다.

부산 지역에서는 일부 파이낸스사가 이에 앞장서고 있으며 어떤 사채업자
들은 폭력조직과 손을 잡고 벤처업체의 이익을 가로채려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담보부족으로 정책자금을 빌리지 못하는 벤처업체에 부동산담보를
제공하는 대신 정책자금을 일부를 요구하거나 친인척을 임원진으로 앉히는
사례도 많다는 것이다.

경영권을 장악할 목적으로 돈을 대주는 경우도 있어 "순진"한 벤처기업가들
이 애써 키운 기업을 통째로 날리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엔젤로 가장해 벤처기업에 접근한 뒤 사업계획서를 빼돌리는 산업스파이형
블랙 엔젤도 날뛰고 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은 최근 "투자자로 가장해 창업자의 사업계획서를 도용
하는 사례가 있으니 창업자 여러분은 투자자를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
이라는 경고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경영실무에 대해 잘 모르는 기술자 출신 벤처기업 사장에게 경영자문을
해준다며 나타났다가 기업비밀을 빼가는 경우도 있다.

문제가 심각한 것은 블랙 엔젤이 날뛰는데도 관계당국에서는 이를 애써
외면한다는 점이다.

벤처정책을 맡고 있는 관계 당국자들은 한결같이 "그런 사례는 들어본 적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개인투자자 모임인 엔젤클럽에 대한 정책방향이 제대로 세워지지 않은
것이 사이비 엔젤이 횡행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현재 공개적으로 투자자를 모집중인 엔젤클럽은 13개.

엔젤클럽을 통해 벤처기업으로 흘러간 자금은 2백억원.

벤처캐피털 투자액 7천억원(98년말 기준)의 2.8%에 불과하다.

미국의 경우 엔젤투자액이 연간 2백억달러로 벤처캐피털 투자액보다
5~6배 많다.

블랙 엔젤의 횡포를 막는 감독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피해사례를 접수, 조사하는 별도의 활동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벤처기업인도 투자자라 해서 무조건 반기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는 지적
이다.

< 오광진 기자 kjo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