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보증보험은 13일 열린 삼성자동차 채권단협의회에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출연한 삼성생명 주식 4백만주를 먼저 배분하자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나섰다.

주식을 받으면 이를 담보로 ABS(자산유동화증권)을 발행해 삼성차 회사채를
갖고 있는 기관과 개인에 원금과 이자를 대신해 지급하겠다는 구상이다.

서울보증의 이같은 요구는 채권단 회의에서 다른 채권기관에 의해 받아들여
지지 않았지만 불가피한 선택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루가 멀다하고 삼성차 회사채의 원리금 대지급을 요구받고 있는
서울보증으로선 다른 선택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합병 보증보험사로 출범한 서울보증의 전신인 한국보증보험과
대한보증보험은 원금과 이자를 합쳐 총 2조1천1백38억원어치의 삼성차
회사채를 지급 보증했다.

삼성차가 회사채를 갚을 능력이 없을 때 대신 돈을 갚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다른 금융기관과 달리 보증을 서면서 담보도 거의 확보하지 못했다.

삼성전관을 보증인으로 세운 1천억원에 대해서만 채권확보가 가능한 상황
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서울보증은 이건희 회장이 내놓은 삼성생명 주식을
받으면 곧바로 현금으로 바꿔 시시각각 다가오는 회사채 대지급에 사용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정부로부터 최근 1조2천4백억원의 재정자금을 지원받아 겨우 회생의 기회를
잡은 서울보증으로선 삼성차 회사채의 원금과 이자를 갚을 여력이 없다.

서울보증은 7월에만 삼성차 회사채와 관련해 2백23억원의 원금과 이자지급을
요구받을 것으로 보고있다.

8월과 9월에도 각각 6백44억원과 1천2백26억원이 만기도래한다.

연말까지 갚아야 할 돈은 무려 2천6백46억원에 달한다.

박해춘 서울보증 사장은 "회사채 원금과 이자를 갚는데 필요한 현금을
확보하는 게 최대의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또 "ABS 발행을 통한 회사채 원리금 지급은 채권자가 ABS 인수에
따른 추가 이자도 받게되기 때문에 마다할 이유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서울보증은 앞으로 열릴 채권단 운영위원회에서도 삼성생명 주식 우선배분을
강력하게 요청한다는 방침이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삼성자동차 법정관리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원칙도 세워놓고 있다.

이와함께 법정관리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는 지금처럼 삼성차 회사채 원금과
이자를 대신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결국 삼성차 해결의 실마리는 최대 채권자인 서울보증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느냐에 달려 있는 셈이다.

< 김수언 기자 soo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