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최근 경기가 과열.과속 조짐을 보임에 따라 단기 금리를 올리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경기회복속도가 지나치게 빨라 물가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은 고위관계자는 12일 "2.4분기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높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며 "경기회복과 주식 등 자산가치 상승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을 해소하기 위해 금리인상 문제를 신중히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방침은 지난 7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결정한 "콜금리를 현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운용하겠다"는 금리정책 방향을 수정한 것이다.

이는 경제성장률이 한은의 예상치를 웃돌 것으로 예측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당초 2.4분기 경제성장률을 8%, 연간 성장률을 6.8%로 전망했었다.

그러나 저금리로 기업의 금융비용이 줄어 영업실적이 개선된데다 설비투자도
되살아나고 있어 2.4분기 성장률은 전망치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관계자는 "현재 경제회복속도를 볼 때 적절히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는
것이 한은의 입장"이라며 "매달 경기 변동상황을 면밀히 체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주가가 지나치게 빨리 상승해 거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도
금리정책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최근 장기금리가 8%대를 돌파했지만 한은이 묵인하는 듯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래서다.

회사채금리는 12일 연 8.30%, 국고채는 7.50%대까지 뛰어올랐다.

한은 관계자는 "장기금리가 어느정도 올라가야 주식시장으로만 몰리는
자금을 제어할 수 있다"고 오히려 반기는 모습이다.

금리정책 변화는 다음달 열릴 금통위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금리 인상이 실제로 파급되는 시간을 고려해서다.

보통 금리변화가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데 걸리는 기간은 6개월 정도로 보고
있다.

한은은 올해 물가는 1%가량 오르는데 그칠 것이지만 통화증발과 자산가격
상승 등에 비춰 볼 때 내년부터는 물가관리가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물가상승이 예상되는 시점보다 적어도 6개월 앞서 정책이 시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철환 한은총재는 평소에 "선제적 통화정책"이란 말을 강조하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앨런 그린스펀 의장이 즐겨 쓰는 말이다.

물가가 오르고 난뒤 금리정책을 펴봐야 효과를 보기 어렵기 때문에 미리
예방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에대해 경제계 일부에서는 최근 경제성장률 상승은 지난해 악화됐던
경기상황에 대한 반등적 성격이 강한데다 아직 경기회복이 전 업종으로
확산되지 않은 만큼 신중히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신후식 대우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금리인상같은 직접적인 처방보다는
시장에 충격을 덜 주면서 경기회복속도를 조절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 김준현 기자 kimj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