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부는 이제 한물갔나"

지난 7일 중앙인사위원회가 재정경제부 산하기관인 조달청 차장 자리에
재경부가 추천한 인물을 마다하고 자체판단한 적임자를 기용키로 결정하자
재경부 직원들은 매우 당혹해 하는 눈치다.

그러나 중앙인사위의 결정에는 어느 정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명분이 실려
있다는 점에서 재경부는 인사위의 결정을 그대로 받아 들일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조달청 차장 1순위 후보인 김모국장이 재경부내에서 조달과 관련한 업무를
하고 있으나 조달청에 근무한 적이 없어 조직이나 구성원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는 중앙인사위의 논리를 터무니 없는 것으로 무시할 수는 없는 실정이다.

또 부처의 국장이나 1급들이 산하 외청으로 진출하면서 외청 직원들의
승진이 불가능해지고 이는 외청 조직의 사기를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적지
않은 상태다.

그렇다고 재경부는 불만을 거둔채 인사위의 결정에 반발없이 그저 수용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인사의 숨통을 터줬던 거의 유일한 출구가 막혀버렸고 이는 ''공무원으로서는
더이상 희망이 없다''는 비관적 분위기를 더욱 조장하기 때문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지난 94년 재무부와 경제기획원이 재경원으로 통합되면서
해외로 나갔던 직원들이 속속 귀국하고 있는데 재경부 조직 및 업무는
금융감독위원회, 기획예산처 등으로 분산되면서 자리는 줄어들어 인사적체가
매우 심각해지고 있다"고 털어놨다.

장관의 조직장악력도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재경부 관계자는 "장관이 인사적체 문제, 능력, 조직의 내부질서 등
복합적인 요소를 종합적으로 감안해 최종 결정한 사안을 중앙인사위가
사사건건 제동을 걸 경우 부처의 재량권이 상실되고 조직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 김병일 기자 kbi@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