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월공단에 있는 이구산업에선 요즘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수출담당 직원들이 바이어에게 주문량을 줄여달라고 간청하고 있는 것.

국내외에서 주문이 폭주하다보니 공급이 절대 부족해서다.

생산직 근로자들이 평균 4시간씩 잔업하며 하루 2교대로 24시간 풀가동하고
있으나 주문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다.

궁리끝에 내린 결론은 국내업체에 우선 공급하고 수출은 줄이는 것.

그렇다고 완전히 끊을 수는 없어 거래처별로 절반가량만 공급하고 있다.

월 1백t을 보내 달라는 중국의 T사에게는 50t을 보내고 있다.

월 80t을 요구하는 대만의 S사에게는 30t만 선적하고 있다.

이구산업이 생산하는 제품은 황동코일.

전자나 자동차 주방기구의 부품을 만드는 소재다.

전기동을 용광로에 녹여 용도에 맞춰 아연 니켈 등을 섞은 뒤 코일형태로
만든다.

이 회사 제품이 인기가 높은 것은 품질관리가 엄격한 덕분.

황동코일은 표면에 금이나 은을 도금한 뒤 사용한다.

미세한 자국이나 기포가 있으면 안된다.

한국공업규격의 표면오차 기준은 1백분의 1mm.

하지만 이 회사는 이보다 훨씬 어려운 1천분의 3mm 이하로 관리한다.

고도 기술을 요하는 제품을 속속 개발하는 것도 인기를 끄는 요인이다.

6원합금으로 만드는 반도체 리드프레임용 황동코일이 한 예.

리드프레임은 반도체에 전기를 공급하고 골격을 유지한다.

전도율이 좋으면 강도가 떨어지고 강도가 좋으면 전도율이 떨어진다.

이를 6가지 금속을 섞어 해결한 것.

지난해 외환위기 여파로 내수가 극심한 불황을 겪었을 때 이 회사가 단
한명도 감원하지 않은 것은 수출길이 열려 있었기 때문.

지난해 4백8억원 매출에 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고 올해는 5백억원
매출에 50억원이상의 순이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손인국(50) 사장은 2세 경영인이다.

부친인 손정환(76) 회장이 창업한 회사를 맡아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손 사장은 반월공단내에서 내실경영의 1인자로 꼽힌다.

그는 이익잉여금을 차곡차곡 쌓은 뒤 투자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주문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생산규모를 확대하기 위해 평택시 포승공단에
3만평의 부지를 매입한 상태.

하지만 적금을 부어 투자재원을 마련한 뒤 착공키로 해 공장건설 시기는
3년뒤나 될 전망이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이런 전략은 80년대초 서울 성수동에서
반월공단으로 확장 이전하면서 어려움을 겪은 경험이 있기 때문.

"거북이처럼 느려도 한발걸음씩 나아가는게 강한 회사를 만드는 지름길
이라고 생각합니다"

손 사장은 포승공장이 완공되면 현재의 반월 시화 보령의 3개공장을 합쳐
연산 1만8천t인 생산능력이 3배이상 늘어나 제2의 도약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02)869-2929

< 김낙훈 기자 nh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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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인국 사장이 걸어온 길 >

<> 49년 서울생
<> 용산고 경희대 경영학과
<> 74년 이구산업 입사
<> 83년 사장취임
<> 87년 금속과학연구소 설립
<> 92년 보령공장 준공
<> 94년 시화공장 준공
<> 95년 전국품질분임조 경진대회 동상 수상
<> 96년 중소기업대상 수상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