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과속.과열 조짐을 보이면서 금리정책에 다시 시선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는 "저금리 기조를 유지해야 하느냐, 금리를 인상할 시기가
왔느냐"는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내에서도 금리를 인상하는 문제에 관해 검토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물론 금리문제에 대한 정부입장은 아직까지 달라진게 없다.

금리정책을 결정하는 한국은행은 "현수준을 중심으로 콜금리를 안정적으로
운용하겠다"는 기조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심지어 IMF에선 원화가치 절상을 방어하는 차원에서 금리를 더 내려야
한다는 주장도 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 고위관계자는 "실업률은 여전히 높고 가동률은 낮은 상태이며 물가는
안정적인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금리를 움직여 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는 단계는 아니란 얘기다.

지난 5월현재 실업률은 6.3%.

IMF 체제이전보다 두배가량 높다.

제조업 가동률은 76.5%에 머물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연간으로 1%에 그칠 것이란게 한은의 전망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금리를 올려 경기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물가불안이 아직 가시화되지 않고 있으나 실물을 앞서가는 과잉소비, 자산
시장 과열등을 감안할 때 인플레이션 압력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들
이다.

특히 주가 등 자산시장에 주는 충격으로 따질 때 금리정책 만큼 효과적인
무기도 없다는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양두용 국제금융팀장은 "달러화 유입증대는 통화 증발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을 가중시킬 것으로 우려된다"며 "긴축적인 통화정책
기조로 정책전환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회사채 국고채 등 장기금리가 오르고 있는 것도 단기금리 인상론에 무게를
실어준다.

회사채 금리는 지난 5일 7.85%까지 하락했으나 11일 7.99%를 기록, 불과
나흘새 0.14%포인트 급등했다.

국고채 금리도 7.23%(7일)에서 7.34%(10일)로 뛰어올랐다.

전문가들은 장기금리 상승추세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김윤기 연구위원은 "장기금리가 더 이상 떨어지는
일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금리를 통한 경기속도 조절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비판을 제기
하는 전문가도 없지 않다.

금융연구원 최공필 연구위원은 "금리정책은 최후의 수단"이라며 "현재로선
기업구조조정을 더 강도높게 진행하는 것만이 경기속도를 관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섣부른 금리정책이 속도를 제어하기보다 자칫 금융시장에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란 우려도 나타내고 있다.

< 이성태 기자 ste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