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자동차 처리 문제가 혼미를 거듭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의 사재 출연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가 싶더니 "특혜 시비"
라는 부비트랩에 걸려 다시 오리무중에 빠져버린 형국이다.

정치권마저 본격적으로 개입할 태세고 시민단체와 지역정서까지 들먹이고
있다.

경제 문제의 정치적 이슈화 조짐이 뚜렷하다.

이제 냉정을 되찾고 최선의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지금까지 나온 쟁점을 다시한번 점검해보자.

첫째, 삼성생명의 상장에 따른 특혜여부다.

특혜시비의 핵심은 상장으로 얻게 되는 막대한 자본이득을 어떻게
분배하느냐다.

삼성은 이미 정부 기준이 정해지면 그 기준에 따라 자본이득을 주주,
계약자에게 공평하게 나누겠다는 방침을 천명했다.

그렇지만 삼성측은 삼성생명 주가가치가 높아진게 전적으로 계약자
덕분이라는 일각의 주장엔 이의를 제기한다.

"경영자 기여분"도 인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자본주의에서 정당한 주장이다.

둘째, 부채처리 문제.

삼성은 부채 전액을 떠안는다는 방침아래 이미 삼성생명 주식 4백만주를
한빛은행에 맡겼다.

삼성자동차 자산 처분권한도 채권단에 일임했다.

삼성생명 주가와 삼성자동차 자산 평가는 추후 정해진 절차에 따라 진행하면
된다.

그 과정에서 삼성이 내놓은 자산과 자동차 부채간 과부족은 삼성이 채권단과
협의해 결정하면 된다.

이처럼 남은 문제는 보기에 따라선 절차상 문제라 할수 있다.

이에대해 정부는 삼성이 내놓은 삼성생명 주식과 삼성자동차 자산가치가
부채규모에 미치지 못할 경우 이 회장이 책임지고 돈을 추가로 내놔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아무런 담보없이 삼성의 자동차 사업에 막대한 자금을 빌려준 금융기관
책임에 대해선 한마디도 없다.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지난 97년의 기아자동차 사태가 생각난다.

기아차는 정치권이 개입하면서 꼬일대로 꼬이기 시작했다.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를 비롯 거물 정치인들이 기아차를 방문해 기아차를
살리겠다고 약속했다.

정치인의 개입 결과는 기아차의 부도와 IMF 체제라는 사상 초유의 국난으로
이어졌다.

삼성차 처리에 정치권이 뛰어드는 것은 합리적인 해결을 어렵게 하고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킬 뿐이다.

이제 당사자인 채권단에 이니셔티브를 주고 문제해결을 주도하도록 해야
한다.

경제 문제는 경제논리로 풀어야 한다.

< 강현철 산업1부 기자 hck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