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이미지는 한번 사람 머리속에 자리잡으면 쉽사리 바뀌지 않는
특성이 있다.

사람들은 제품의 품질이 어떻게 변하든 제품에 대한 이미지를 그대로
간직하는 경향이 있다.

브랜드의 이러한 특성은 시장에 뒤늦게 참여한 업체에 특히 불리한 조건으로
작용한다.

뒤늦게 뛰어든 업체가 아무리 좋은 제품을 내놓더라도 소비자들은 제대로
평가해주지 않는다.

제품 수준을 일류로 높였더라도 초기에 심어진 싸구려 브랜드라는 꼬리표는
상당기간 동안 떼어지지 않는다.

국내 전자업체들은 브랜드의 이런 특성을 극복하기위해 최근 새로운 브랜드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고급가전 제품에 자사 상표를 전혀 표시하지 않고 새로운 브랜드를 부착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최근 삼성 브랜드와는 전혀 다른 별도의 브랜드로 고급 가전제품
시장 공략에 나섰다.

제품 품질과 성능이 세계 일류제품과 견줘 손색이 없는데도 해외 시장에서
삼성 브랜드 이미지가 아직 낮아 삼성 이름을 아예 감추고 새로운 브랜드를
쓰는게 마케팅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이다.

90년대초에도 삼성은 고급 제품에 대해 브랜드를 차별화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당시는 삼성 브랜드를 쓰는게 더 낫다는 결론을 내려 보류했었다.

삼성의 가전제품 새 브랜드는 디지털TV와 LCD(액정)TV, 프로젝션 TV,
완전평면 TV등 고급 영상 수출 제품에 적용되는 "탄투스"(Tantus), 국내
판매 프로젝션 TV의 "파브"(PAVV), 고급냉장고의 "지펠"(Zipel)등 3가지.

탄투스는 라틴어로 "아주 훌륭하다"(Great Excellence)는 의미로 작년
하반기에 30여개국에 상표등록을 마쳤다.

삼성은 탄투스 브랜드로 올해 프로젝션 TV 10만대를 수출하는등 세계
고급TV 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는 또 최근 상용화를 끝낸 디지털TV 세트톱 박스를 탄투스 브랜드로
미국에 수출키로 했다.

이 세트톱 박스는 방송국에서 보내주는 암호화된 디지털 신호를 받아 해독,
TV에 전달하는 수신기기로 기존 아날로그 TV로 디지털 방송을 볼수 있게
해준다.

파브는 지난해 10월 선보인 국내판매용 고급 프로젝션 TV 브랜드.

"강력한 음향과 대화면"(Powerful Audio & Vast Vision)에서 따왔다.

세계 일류인 일본 소니 제품과 비교해 성능이 비슷한데도 국내 소비자들이
외제를 선호함에 따라 아예 브랜드를 바꿔버렸다.

삼성측은 파브 브랜드 채택이후 국내 프로젝션 TV시장에서 소니의 시장
점유율을 추월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밖에 97년 6월 선보인 고급 냉장고 지펠도 브랜드 차별화 전략으로 성공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국내판매와 함께 98년초 수출을 시작, 연간 4만대를 내보내고 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일본도 80년대 브랜드를 차별화함으로써 고급
이미지를 심는데 성공했다"며 "이 추세대로라면 21세기 세계 고급 가전제품
시장에서 선두자리를 차지할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대우전자도 화질및 음질 성능을 개선한 99년형 컬러TV 신제품에 기존
"개벽" 대신 새 브랜드 "진가"(ZINKA)를 도입했다.

대우는 또 PDP(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TV등 첨단TV엔 "써머스"브랜드를
붙여 시장개척에 나설 방침이다.

< 강현철 기자 hck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