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이건희 삼성 회장이 막대한 사재를 출연해 삼성자동차 문제를
매듭짓기로 한데 대해 당혹하고 있다.

이번 결정이 재벌 총수에 무한 책임을 묻는 초법적인 조치인데다 자본주의
근간을 뿌리채 흔들 수 있다고 우려해서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정부의 대기업 정책이 재무구조개선에서 소유
지배구조개선을 통한 재벌해체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이번 결정이 국세청이 한진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에 착수하는 등
대기업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앞으로 나올
정부의 후속 재벌개혁 정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유한수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는 "성공한 사업은 당연하게 여기면서 실패한
사업에 대해선 무한 책임을 지도록 하면 기업인은 불안해서 정상적으로
사업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 전무는 "사재출연을 통한 삼성자동차 처리는 시장경제 원리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자본주의의 원리인 예측가능성을 깬 조치"라고 지적했다.

재계는 이번 조치가 정치 사회적 압력에 따라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옷로비 파문과 조폐공사 파업유도 등으로 정치 기반이 약화되고 있는 상황
에서 국민에게 가시적인 개혁성과를 보여 주기 위해 삼성을 몰아부친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는 정부가 내놓은 경제정책이 중산층의 보호대책을 강화하는 대신
재벌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여 개혁의지를 밝히는 쪽으로 전개되는데 대해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현행 법과 제도를 활용해 문제를 풀지 않고 재벌 총수의 결단을 통해
사태를 해결한 점은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5대그룹의 한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는 "시장 경제 원칙을 세우려는 대기업
개혁 목적과 상치되는 것"이라며 "채권단과 감독기관도 어떤 식으로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경련의 또다른 관계자는 "뚜렷한 대안없이 섣불리 재벌 해체작업을 벌일
경우 대기업 구조조정에 오히려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했다.

< 이익원 기자 iklee@ >

<>.삼성자동차 채권단은 빠르면 이번주안에 채권금융기관 협의회를 열고
삼성차 처리방안에 대한 채권단의 입장을 정리하기로 했다.

법정관리 요청을 받아들여야 할지,삼성생명주식을 어떤 형태로 출연받아야
하는 것인지 여부에 대해 채권금융기관들은 현재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삼성자동차 주채권은행인 한빛은행 유한조 이사는 "발표가 나기 한시간 전에
통보받았다"며 "내용을 좀더 파악하고 채권금융기관들과 협의를 거친후
대응방안을 마련할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빠르면 이번주 안으로 채권단회의를 소집, 삼성생명 주식가치 평가와 법정
관리 동의 여부등에 대해 논의키로 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법정관리신청이 법원에 접수되면 채권기관에 동의여부를
묻게 된다"며 "정부와 삼성그룹이 합의한 내용이기 때문에 채권단은 모두
동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단은 또 정부가 올해안으로 상장시키겠다는 삼성생명 주식에 대한
가치평가작업을 끝마쳐야 한다.

채권단은 삼성자동차에 대한 대출금과 삼성생명 주식을 맞바꾸는 것인지,
아니면 담보로 확보하는 것인지 여부가 분명하지 않아 삼성그룹으로부터
추가적인 설명을 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 현승윤 기자 hyunsy@ >

<>.삼성생명을 비롯한 생명보험사의 기업공개에 대한 학계와 업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생명보험사의 기업공개를 새롭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이 있는 반면
상장 논의가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신수식 한국보험학회장"(고려대 교수.경영학)은 "최근의 주식시장 동향
등을 고려할 때 생명보험사의 기업공개는 지금시점에서 차분히 거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다만 원점에서 기업공개가 가능한지에서 부터 검토를 시작해
공개를 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를 체계적으로 논의해야 할 것"
이라고 덧붙였다.

신이영 생명보험협회 상무는 "미국의 경우도 상당수 생명보험사가 상장된
상태"라며 "생명보험사에 대한 기업공개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또 "앞으로 외국 보험사의 한국진출이 가시화되면 생명보험사 사장은
불가피한 흐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정재욱 한국금융연구원 박사는 "배당형 상품이 많은 한국 생명보험사
의 경우 계약자 자산과 주주 자산의 불분명한 실정"이라며 "기업공개가
주주의 이익으로만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외국과 달리 배당상품과 무배당상품을 같은 회계로 처리하는
한국의 경우 기업공개를 위한 기준 마련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 김수언 기자 sookim@ >

<>.빅딜 당사자였던 대우는 삼성의 급작스런 법정관리신청의 배경에 대해
의문을 표시했다.

대우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는 "삼성이 29일까지만 해도 빅딜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었는데 어떻게 방침이 급선회됐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지난 6개월간 에너지를 소모했다는게
안타깝다"며 "그동안 마련한 부산공장 활용 계획과 라인 재배치 계획이
쓸모없게 돼버렸다"고 불쾌해 했다.

대우는 삼성자동차 부산공장을 대우가 가져가야 한다는 이헌재 금감위원장과
강봉균 재경부장관의 발언에 대해서는 "아직 생각해 보지 않았다"며 "진위를
파악해 본뒤 검토해 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