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자동차 처리가 이건희 회장의 사재출연을 통한 법정관리로 확정됨에
따라 5대그룹 빅딜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재계는 삼성차 처리과정을 지켜보면서 정부의 무리한 빅딜 추진에
따른 후유증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가 대기업 개혁의 최선책으로 8개 업종에 걸쳐 추진했던
빅딜이 결국 용두사미로 결론난 셈"이라며 부실기업을 시장원리에 맞게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계는 정부가 추진한 빅딜의 기본취지가 생산설비를 합리화하는 데만
주력한 측면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장기적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아무런 대안없이 무조건 합치고
잘라내도록 유도하는 조치였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장기적인 비전을 갖지 못했기 때문에 추진 과정에서 잡음이 적지
않을뿐 아니라 협상이 타결된 후에도 경쟁력을 확보하기가 여의치 않다는
의견이 재계에서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지적은 빅딜의 핵심 업종으로 꼽혀왔던 자동차 빅딜이 난항을 거듭한
끝에 무위로 끝나면서 더욱 강하게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정유 철차 등 일부 업종은 통합작업이 사실상 완료돼 어느정도 결실을
맺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미쓰이 자금유치를 추진하고 석유화학의 경우 양사간 자산평가과정
에서 이견을 보이는 등 통합작업이 다소 지연되고 있다.

항공도 금융권 부채의 출자전환 규모를 놓고 채권단과 의견차이를 보이고
있어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날지 관심거리다.

LG반도체를 인수한 현대전자도 오는 10월 반도체 통합법인을 설립할 계획
이지만 그이후 외자유치가 원활하게 추진될 지 불투명하다.

현대전자는 세계적인 반도체 업체로 성장하기 위해 대규모 외자를 유치
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중공업이 관련된 발전설비와 선박용 엔진도 예정대로 빅딜이 추진될
전망이다.

그러나 민영화 일정에 따라 빅딜 협상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는 5대 그룹이 자동차를 제외한 8개 업종에 걸쳐 빅딜을 어느정도
마칠 수 있었던 것은 대단한 성과라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를 제외한 대부분의 업종에서 빅딜의 틀이 마련된 것은 전경련이
중재자로 나서 협상을 이끌어온데 따른 것이다.

재계는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평가나 국민여론이 대기업에
부정적인데 당혹해하고 있다.

손병두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 부회장은 "짧은 기간에 빅딜을 마칠 수
있었던 것은 재계가 정부의 대기업 개혁정책을 적극 따른 결과"라며 "정부는
물론 국민 모두가 빅딜 대상 기업들이 탄탄한 경쟁력을 갖춘 초우량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계는 정부가 가시적인 개혁성과를 국민에 보여주기 위해 대기업을
몰아부치기 보다 개별 기업들이 선진 경제시스템에 맞춰 자율적으로 경쟁력을
갖추도록 유도하는 대기업 정책을 마련해줄 것을 바라고 있다.

< 이익원 기자 ik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