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업계에 "배짱 마케팅"이 활발하다.

재고가 생기면 태워버리겠다는 곳이 있는가 하면 해외 주문을 골라서 받는
업체도 등장했다.

소량제작 고가판매 전략도 나타나고 있다.

"재고거품"을 걷어냈다는 자신감이 가져다 준 현상들이다.

할인판매는 물론이고 kg당 얼마씩 받고 "땡처리"하던 지난해와 사뭇 다르다.

"하티스트"와 "에스에스"의 제일모직은 요즘 바이어를 선별해 수출계약을
맺고 있다.

실속없는 OEM(주문자상표 부착방식) 물량을 받았다가 손해보는 사태를
피하자는 계산이다.

이 회사의 공장가동률은 1백% 수준.

내수가 늘고 이미 따놓은 수출오더도 적잖아 설비를 풀가동중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신용이나 수출지역, 운송비 등을 따져 조건좋은 바이어를
고르고 있다.

신사복 아더딕슨과 스포츠의류 액티브 등을 생산중인 코오롱상사는 하반기
부터 재고가 생기면 불태우기로 했다.

정상판매(제철을 넘기지 않고 팔리는 것)가 안된 제품은 할인점에 넘기고
그래도 안팔리면 상표를 떼낸 뒤 무게로 달아 땡처리하는 게 의류업계
관례인 점을 감안하면 정상판매에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얘기이다.

실제 코오롱상사는 최근 스포츠의류의 경우 90%, 숙녀복은 80%의 정상판매율
을 기록하고 있다.

LG패션은 신사복 공장에 "고품질제품 전용 생산라인"을 설치했다.

고부가가치 제품도 만들어 양보다 질에 관심을 두겠다는 포석이다.

공장가동률이 1백2%에 이르러 물량 수주부담이 사라졌기에 가능했다.

LG패션은 이 라인에서 비접착생산이나 주문생산 등을 소화할 방침이다.

올가을 시즌에는 핸드메이드 정장인 "밀레니엄 수트"를 개발, 2백벌만 한정
판매한다.

내년봄 시즌에는 "한국형 비접착 정장"을 새 브랜드로 선뵐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들어 경기가 회복세를 띠면서 지난해 의류업체들이 벌였던
다양한 재고감축 노력이 결실을 거두고 있다"며 "과거엔 상상조차 힘들던
마케팅 행태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 박기호 기자 khpar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