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젓한 암자를 찾아 지친 마음을 누이고 삶의 에너지를 재충전하자"

작가 정찬주(46)씨가 명상산문을 곁들인 암자순례기 "길끝나는 곳에 암자가
있다"(해들누리)를 내놨다.

그는 지난 5년간 전국의 암자를 찾아 다녔다.

바다안개가 쉬어가는 거금도 송광암, 꽃잎으로 눈을 씻는 법정스님의
불일암, 황금빛 바다가 보이는 남해 망운암, 차향 그윽한 지리산 국사암,
다람쥐도 합장하는 운문사 사리암...

지난해 정든 직장을 떠났을 때는 성철스님이 있던 해인사 백련암에 다녀오기
도 했다.

암자는 산속 외진 곳에 숨어 있는 침묵의 거처다.

찾아오는 신도가 적어 가난하고 쓸쓸하다.

산중의 고독이 나뭇잎처럼 뒹구는 곳.

나그네는 그곳에서 찬물 한모금을 마시고 새로운 힘을 얻는다.

새벽녘 싸리비로 마당쓰는 소리를 들으며 세속의 먼지를 씻어낸다.

그가 가보라고 권하는 암자는 20여곳.

국내 유일의 너와집 토굴인 오대산 염불암에는 우통수라는 옹달샘이 있다고
알려준다.

그 샘물이 넘쳐 남한강으로 흘러들고 도도한 한강줄기를 이룬다고 한다.

작가는 한강의 시원인 우통수처럼 저마다 감성의 첫자리를 발견하는 자리가
곧 암자라고 말한다.

산 속에서 그의 명상산문을 읽는 것도 의미있다.

발우를 만들면서 나무 한 조각을 팔 때마다 절을 하는 스님의 정성,
말썽꾸러기 부잣집 아들의 마음을 눈물 한 방울로 돌려놓는 스님의 내면이
잔잔하게 다가온다.

그는 이 책에서 "암자는 관광의 대상이 아니라 지금의 나를 만나는 만행의
자리"라고 강조한다.

< 고두현 기자 kd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