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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제일은행 '매각 표류'] '제일은행에 5조 투입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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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제일은행에 5조3천억원의 공적자금을 넣기로 한 것은 금융기관이
    우선 굴러갈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의지를 읽게 한다.

    제일은행은 매각협상이 6개월째 지연되면서 앉아서 고사당할 위기에 처해
    있다.

    이대로 가다간 문을 닫아야 한다.

    청산해도 그 비용은 5조원을 웃돈다는게 정부의 계산이다.

    어차피 그만한 국민혈세가 들어가야 한다면 국가경제, 금융시장, 고용
    등의 영향을 감안할때 정상화하는 쪽이 싸게 먹힌다는 계산이다.

    또 제일은행의 협상결과는 홍콩상하이은행(HSBC)과의 서울은행 매각협상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정상화조치로 매각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작년초 먼저 1조5천억원을 투입했던 초기대응이 잘못됐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이보다 더 나쁠 수 없다 =제일은행은 작년말 4백85억원이던 자기자본이
    현재 마이너스 1조5천억원인 상태.

    신규대출은 일절 중단했다.

    기존여신은 종전 한도내에서만 만기연장해 주고 있다.

    여신액은 작년말보다 2천7백억원 가량 줄었다.

    금융감독원은 자기자본이 마이너스면 여신금액 전체가 동일인여신한도를
    초과한 것이 된다고 설명했다.

    2만여 거래기업들은 당장 자금이 급해도 제일은행에 손을 벌릴 수가 없다.

    경기가 살아나고 있어 파장이 덜할뿐 대규모 부도사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제일은행은 요즘 대출거래선 이탈에다 수신고객마저 빠져 나가는 상황이다.

    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해외매각으로 튼튼해진다고 고객들을 붙잡았지만
    이젠 솔직히 지쳤다"고 말했다.

    <> 청산해도 5조원이상 든다 =5조원을 투입하는 것은 BIS 비율을 10%선으로
    높여주기 위한 것이다.

    정부가 4조2천억원을 증자하면 자본잠식을 털어내고 약 2조7천억원의
    자기자본을 갖게 된다.

    성업공사를 통해 부실채권 1조1천억원을 매입해 주면 위험자산이 그만큼
    줄어 BIS 비율이 올라간다.

    반대로 제일은행을 문닫게 된다면 얼마나 들까.

    18조2천억원에 이르는 총여신을 회수해야 한다.

    이중 회수가 어려운 고정이하 무수익여신만도 3조8천3백23억원(작년말 기준)
    으로 총여신의 20.4%에 이른다.

    요주의여신도 얼마나 거둘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대우, SK의 주채권은행이기도 하다.

    정부 당국자는 "지금 손쓰면 5조원이 들지만 7월엔 6조원, 8월엔 7조원으로
    불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제일은행은 여신분류기준 강화만으로 부실채권이 2조원이상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 97년말 초기대응부터 잘못됐다 =정부 관계자는 "당시엔 이렇게 될지
    예상하기 어려웠고 금융구조조정에 대한 정부의 인식도 미흡했다"고 시인
    했다.

    정부는 작년 1월 1조5천억원을 제일은행에 투입했다.

    이를 3대 1로 감자하면 5천억원이 남는다.

    1조원은 공중에 사라지게 된다.

    정부는 그러고도 다시 5조3천억원을 넣어야 하는 상황을 국민들에게 어떻게
    설득할지를 가장 고민하고 있다.

    다른 관계자도 "찔끔찔끔 넣어선 밑빠진 독에 물붓기지만 당시엔 1조5천억원
    도 엄청난 규모였다"고 말했다.

    환란 초기 시시각각으로 악화되는 상황속에 땜질식 대응에 급급할 수 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지금은 말도 안되는 얘기지만 97년말 정부가 예금인출사태에 놀라 원리금을
    전액보장한다고 선언한게 대표적인 사례다.

    < 오형규 기자 oh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5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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