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시 외곽에 있는 세이프웨이.

여느 곳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평범한 수퍼마켓이다.

이색적이라면 뒷편에 50평이 넘는 육류 매장이 있다는 점이다.

이곳에는 냉장진열대가 벽쪽으로 줄지어 있고 그 위에 스티로폴 용기에 담은
선홍빛 육류가 가지런히 놓여 있다.

이 슈퍼에서는 얼린 상태의 냉동육을 팔지 않는다.

육류유통센터에서 진공포장 상태의 냉장육을 공급받아 작업장에서 가공한 뒤
용기에 담아 진열해 놓고 판다.

용기에는 가공일자와 요리지침이 적혀 있다.

유통기한은 진공포장을 뜯은 날로부터 4일.

가공한지 이틀만 지나면 값을 깎아서 팔고 기한이 되면 냉동시켜 외부로
보낸다.

육류매장을 담당하는 숀 O.쇼니시 육류부장은 "나흘이 지난 고기를 팔다
발각되면 당장 목이 잘린다"고 말했다.

진공포장을 뜯어 냉장육을 자르는 작업장의 온도는 섭씨 7도.

한 여름에도 긴팔 옷을 입어야만 견뎌낼 수 있다.

작업장에 붙어 있는 육류창고의 온도는 영하 2도로 이보다 더 낮다.

이같은 모습은 세이프웨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다른 식육매장들도 거의 마찬가지다.

그만큼 냉장육 판매가 일반화돼 있다.

냉장육을 선호하는 것은 고기를 얼리면 육질이 단단해지고 맛이 나빠지기
때문이다.

포트몬드에 있는 엑셀사의 육가공공장.

무엇보다 진공포장 공정이 눈에 띈다.

이곳에서는 도축과 예비냉각을 거친 쇠고기를 10kg 안팎의 크기로 잘라
비닐에 담아서 진공포장기에 넣는다.

진공포장이 끝나면 박스에 담아 냉장컨테이너에 실어 수요처로 내보낸다.

공장 마당에는 수백개의 냉장컨테이너가 대기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 트럭은 한 대도 보이지 않는다.

고기를 진공상태로 포장하고 저온에서 유통하는 것은 물론 세균의 번식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서다.

포트몬드공장의 탐 알렌 품질담당부장은 "깨끗한 고기를 진공포장할 경우
최대 90일간 보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따져보면 도축이 끝난 순간부터 매장에서 팔려나가는 순간까지 쇠고기가
상온에 놓이는 일은 거의 없다.

진공포장과 저온유통이라는 이중의 안전장치를 마련해 식육의 부패위험을
막고 있는 셈이다.

진공포장은 냉장육 수출을 가능케 한 결정적 힘으로 꼽힌다.

고기를 냉장상태로 이송한다 해도 컨테이너에 실어 멀리 수출하다 보면
신선한 상태를 유지하기 어렵다.

그러나 진공포장 상태로 옮기면 포장을 뜯는 순간부터 4일내에 팔면 되기
때문에 국내든 국외든 크게 다를 게 없다.

진공포장하는 과정에 문제가 생기지 않게 하는 일이 남을 따름이다.

미국육류수출협회는 최근 한국에서 냉장쇠고기를 대대적으로 할인판매했다.

쇠고기시장 완전개방을 2년 앞두고 열린 이 행사는 다이옥신 파동으로 빛을
잃긴 했지만 미국 육류업자들의 목표가 무엇인지 명확히 보여주었다.

미국 사우스 캐롤로이나주 그린빌에 있는 진공포장용 비닐 제조업체 크로백
의 칩 볼튼 마케팅이사는 이와 관련, "진공포장 덕에 이제는 냉장육을 지구촌
어디서든 팔수 있다"고 자신했다.

< 덴버(미국 콜로라도)=김광현 기자 kh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