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를 방문중인 김종필 총리는 23일 오후(한국시간) "지금까지 내각제
개헌 문제와 관련해 어떤 내용에 대해서도 김대중 대통령과 대화를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김 총리는 이날 파리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수행기자들과 만나 "8월중
으로 국민회의와 자민련 모두가 납득할 수 있도록 내각제 개헌 문제를 해결
하겠다"는 김 대통령의 충남도청 발언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김 총리는 일부에서 제기된 내각제 개헌의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 여부에
대해 "분명히 8월까지 내각제 개헌 문제를 얘기하지 말자고 해 이를 지키고
있다"며 "국내에서 여러 추측이 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대통령과 어떤
의견을 교환한 적이 없다"고 못박았다.

김 총리는 또 "국내로 돌아가서 대통령께서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시는지
듣게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출국에 앞서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와 전화통화를 한 김 총리는 귀국후
만나기로 했느냐는 질문에 "이 총재에게 전화를 건 것은 당선을 축하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만나자는 얘기는 한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림 로비의혹"과 관련해서는 "의원이라는 특권이 있다고 돌아다니는
얘기를 확인도 안하고 터뜨려 의심을 증폭시키고 모호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큰일날 일"이라고 말했다.

또 "P씨(부인 박영옥 여사를 지칭한 듯)니 뭐니 하는데 내가 거기에 관련
없다는 것만은 사실이다"며 "권위있는 기관을 통해 문제를 파헤쳐 진상을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관광객 억류문제로 금강산 관광이 중단돼 대북포용정책을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는 물음에 "북한의 행동에 조건반사적
인 대응을 하기보다 일관한 자세를 갖고 대해야 한다"고 답했다.

김 총리는 이밖에 김태정 전 법무장관이 호남에서 민란이 일어날 것을
우려해 97년 DJ비자금 수사를 포기했다는 발언에 대해 "김 전 장관의 얘기는
어떠한 기준으로 현명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 파리=한은구 기자 toh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