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장을 겨냥한 외국 육류업체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돼지고기 시장이 지난해 7월 완전히 개방된데다 쇠고기수입의 전면자유화
또한 2년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미국 육류업계는 한국시장을 파고드는 노력을 가속화하고 있어 수입육이
축산물유통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은 갈수록 높아질 전망이다.

미국 축산농가와 육류업계의 강점은 무엇인지, 시장기반을 지키기 위한
국내업체들의 대비책은 어디서 찾을수 있는지 현지취재 결과를 3회로 나누어
싣는다.

미국 한복판에 있는 콜로라도는 온통 풀밭이다.

사방을 둘러봐도 대지 위엔 풀 뿐이다.

주도인 덴버에서 엑셀사의 육가공공장이 있는 포트모건까지 자동차로 3시간
남짓 달리는 동안 풀로 덮인 지평선은 끝없이 이어진다.

미국육류수출협회에서 나온 안내자는 "미국에선 소 한 마리가 골프장 넓이의
풀밭을 노닐며 풀을 뜯는다"고 말한다.

엑셀 공장에서 자동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한 비육장.

4만마리에 달하는 소들이 몰려 있다.

이곳에서는 도축을 앞둔 소를 4~6개월간 특별관리한다.

관리자는 약40명.

한 사람당 1만마리의 소를 키우고 있는 셈이다.

소들은 도축장으로 끌려갈 때까지 옥수수와 건초를 7대3 비율로 섞은
특별사료를 먹고 하루 3.5파운드씩 몸무게를 늘려 나간다.

엑셀사의 포트모건 육가공공장은 주택가에서 1km 가량 떨어져 있다.

공장 마당에는 수천마리의 소들이 "마지막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그 옆에는 이들의 살덩이를 싣고 갈 수백개의 냉장컨테이너가 길게 늘어서
있다.

이곳에서 도축하는 소는 하루평균 4천3백마리.

20초당 1마리 꼴로 살아 있는 소가 고기덩이로 변해 차에 실리는 셈이다.

덴버 일대에서 둘러본 목장과 비육장, 그리고 육가공공장의 공통점은 우선
규모가 크다는 점이다.

목장의 경우 한국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두려울 정도다.

한국에서 소를 기르는 46만여 농가의 육우 사육두수는 평균 6마리.

비교적 규모가 크다고 말하는 축협의 안성목장이라 해도 사육두수는 2백여
마리에 불과하다.

반면 미국육우농가의 평균사육두수는 1백10마리다.

8천마리 이상의 소를 기르는 비육장만도 3백50곳이나 된다.

게다가 미국 중남부에서는 목장이든 비육장이든 소떼를 방목한다.

비가 오든 눈이 내리든 벌판에 내버려두었다가 도축장으로 실어간다.

그만큼 노동력이 적게 든다.

평균사육기간도 24개월로 한국보다 6개월이나 짧다.

소를 기르는데 드는 비용에서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5백kg 짜리 한우 수소 1마리의 산지가격은 2백11만원.

반면 미국 육가공업체가 비육장에서 사들이는 육우가격은 88만원 안팎이다.

도축장 규모에서도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한국에서 현대적 설비를 갖추고 있는 육가공공장 가운데 가장 설비가
뛰어나다는 한냉 중부공장의 도축능력은 하루 1백60마리.

엑셀의 포트모건 공장에 비하면 4% 규모이다.

엑셀은 이곳 말고도 5개의 육가공공장을 갖고 있다.

이 가운데 텍사스 도디지시티에 있는 공장은 도축능력이 무려 하루 6천마리
에 달한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과 미국의 축산농가를 비교하는 것은 그다지 의미가
없었다.

육류시장이 지금처럼 활짝 열리지도 않았고 육류 냉장유통기술도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육류시장은 이미 개방됐고 미국 육류업자들은 한국 냉장육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시장조사까지 끝냈다.

이젠 한국 소비자들의 선택만 남은 셈이다.

이와 관련, 미국육류수출협회의 필립 M.셍 회장은 "미국정부가 한국측에
"내국인대우"(national treatment)를 요구하고 있다"고 들려주었다.

한국 정육점들이 미국산 육류를 마음껏 팔 수 있게 해달라고 조르고 있다는
얘기였다.

< 덴버(미 콜로라도주)=김광현 기자 kh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