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훈(39) 성실엔지니어링 사장은 신발 안에 얇은 구리로 된 깔판을 깔고
다닌다.

동판에는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벌써 4년째.

개발품을 직접 실험하기 위해서다.

동판은 화학반응을 통해 냄새를 없애고 살균 효과가 있다고 믿는다.

이 제품에 대해 최근 특허를 출원했다.

이 사장은 정장을 하든 캐주얼복을 입든 주머니에 항상 수첩을 넣고 다닌다.

언제 어디서 아이디어가 떠오르더라도 즉각 메모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가급적 빨리 회사로 달려간다.

개발에 몰입한다.

일주일에 하루나 이틀꼴로 밤을 샌다.

이론이 아니라 실험과 실천을 통해 신제품을 개발한다.

나중에 전문가에 의뢰해 이론적인 뒷받침을 받는다.

그는 고아 출신에 초등학교 졸업자.

하지만 이런 환경이 기술개발에 대한 불같은 도전의지를 꺾을 수는 없다고
믿는다.

에디슨이 학벌이 좋아 발명왕이 된 게 아닌 것처럼.

그가 개발한 제품은 5종.

특허는 출원을 합쳐 17건에 이른다.

제품중에는 회사 발전의 기틀이 된 타공기계 장독대뚜껑과 새로 개발한
싱크대탈취제 깔판 냉장고탈취제가 포함돼 있다.

타공기계는 철판에 구멍을 뚫는 기계.

구멍이 숭숭 뚫린 철판은 주정을 짜거나 밀가루를 거르는 데 쓰인다.

방음판 흡음판 폐수처리기계에도 쓰이는 등 사용처가 매우 넓다.

구멍이 막히면 이들 기계의 모터에 과부하가 걸린다.

고장나거나 불이 난다.

따라서 정교한 간격으로 뚫어야 하고 구멍 주위에 미세한 철판조각이 삐죽
튀어나오지 않아야 한다.

10여년 쌓은 경험을 살려 자동식 타공기계를 개발해 발명특허를 획득했다.

국내 80개업체중 최대 타공업체로 부상한 것도 이 기계를 개발한 덕분이다.

제2의 도약을 안겨주고 있는 제품은 아이디어 장독뚜껑.

히트상품이다.

간장 된장 등의 장맛은 재료와 숙성정도에 따라 좌우된다.

숙성도는 일조량과 통풍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하지만 날씨에 따라 수시로 뚜껑을 열었다 닫았다 하는 것은 보통 귀찮은
일이 아니다.

뚜껑의 윗부분은 채광창으로 만들고 옆은 구멍을 뚫은 장독뚜껑을 개발했다.

수세기동안 변함이 없던 장독뚜껑을 간단한 아이디어로 바꾼 것.

이 뚜껑은 2천개가 넘는 전국의 단위농협을 통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판매가 늘면서 최근에 공장을 추가 매입했다.

이 제품의 올 매출 예상액은 50억원.

미국 일본 중국 등 교포가 많이 사는 지역으로 수출도 시작했다.

내년 수출목표는 1백만달러.

냉장고 탈취제와 싱크대 탈취제 신발깔창은 모두 구리의 특성을 이용한
발명품.

하반기중 순차적으로 제품화해 선보일 예정이다.

"아이디어제품으로 국내에서 발판을 굳힌 뒤 세계시장에서 승부를
걸겠습니다."

그의 눈은 밖으로 향하고 있다.

수출부서를 보강하고 생산제품의 품질관리도 강화하고 있다.

성실엔지니어링에는 창업초기부터 동고동락을 해온 사람들이 많다.

사업소장을 맡고 있는 이영주 씨는 어릴 적 이 사장이 다니던 회사의
사장이었다.

22명의 직원들은 모두 이 사장과 끈끈한 인간관계로 맺어진 가족이요
형제다.

이들이 해외시장 개척의 든든한 원군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02)816-8080

< 김낙훈 기자 nh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