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클린 뒤 프레가 살아 온 듯 했다"

20일 오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찾은 음악애호가들은 장한나의 활이 빚어
내는 신비의 마력에 완전히 압도당했다.

격정적이고 대담한 터치와 끊어질듯 이어지는 장한나의 애잔한 첼로소리는
전설의 여류 첼리스트 뒤 프레를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날 객석은 보기 드문 성황을 이루었다.

3층 객석과 합창석까지 꽉 채운 관객들은 순간 순간 바뀌는 장한나의
얼굴표정과 첼로소리를 살피느라 숨을 멎었다.

장한나의 소녀답지 않은 힘과 표현력은 첫 곡인 "베토벤 소나타 다장조"에서
부터 드러났다.

평화와 안식,다정한 대화를 연상케 하는 1악장에 이어 피아노와의 유니즌
으로 시작하는 2악장 초입.

그는 갑자기 신들린 몸짓으로 관객의 귀청을 찢는 격정적인 첼로소리(1주제)
를 쏟아냈다.

특유의 거친 숨소리도 콘서트홀 구석까지 울렸다.

서정적인 선율의 2주제를 연주할 때는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금새 감정을
잡아내는 순발력도 돋보였다.

두번째 곡인 드뷔시 "소나타" 연주는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낯선 곳에서 느끼는 초조 불안 설레임을 표현한 1악장, 작곡가 자신이
"죽음의 공포"를 표현했다는 2악장, 동양적 서정미로 가득한 3악장으로
이어가는 상상력이 달렸다.

2악장의 피치카토 부분은 조금은 익살맞은 대목이 있는데 장한나는 줄이
끊어지지 않을까할 정도로 강한 터치로 일관했다.

마지막 곡인 프로코피에프 소나타 다장조는 그의 스승 로스트로포비치가
초연한 작품이어서 더욱 관심을 끌었다.

로스트로포비치의 요구에 따라 첼로가 표현할 수 있는 모든 음색과 묘미를
드러낼 수 있도록 프로코피에프가 작곡했다는 곡이다.

스승의 생각을 충실히 받아 안은 듯한 연주가 인상적이었다.

앵콜곡은 포레의 "시실리안느".

< 장규호 기자 seini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