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임금이 큰폭으로 올라 한국경제의 고질병인 "고비용 저효율" 구조가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명목임금이 9.8%나 상승해 2년만에 두자릿수 증가율에 육박하고 있다.

원유가 급등 및 원화가치 상승과 맞물려 기업의 수익성을 떨어뜨릴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IMF(국제통화기금)체제의 긴 터널을 벗어나기도 전에 나타나는
이같은 "고비용 저효율" 구조가 한국경제의 성장엔진을 꺾을지도 모른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은 21일 발표한 "제조업의 임금 및 고용변동과 기업경영"이란
자료를 통해 올해는 명목임금이 크게 올라 지난해처럼 임금 및 고용조정을
통한 기업의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에 따르면 외환위기 이후 임금 및 고용조정이 활발히 진행되면서 노동
비용이 뚜렷이 감소했다.

생산물 한 단위를 생산하는데 들어가는 단위노동비용은 98년중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1%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단위노동비용은 97년에도 10.1% 떨어졌다.

이에 힘입어 노동생산성은 97년 12.9% 98년 13.0%의 증가율을 보였다.

또 임금 및 고용조정 영향으로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율은 작년에 9.8%로
떨어졌다.

이 비율은 96년 12.9%,97년 11.4% 였다.

이에따라 제조업 영업이익률이 97,98년 연속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그러나 올들어선 사정이 달라졌다.

제조업의 명목임금은 지난 4월까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9.8% 올랐다.

97년 1.4분기(11.6% 상승)이후 가장 많이 오른 것이다.

작년에 9.8% 감소했던 실질임금도 올들어 6.9% 증가했다.

또 취업자수도는 지난 3월이후 증가추세로 돌아선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앞으로 임금이 얼마나 더 오르느냐다.

한은 관계자는 "작년에 임금삭감의 고통을 감수했던 노동자들의 보상요구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임금상승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
했다.

한은은 올해 명목임금 상승률이 두자리수를 뛰어넘을 소지가 크다고 보고
있다.

기업들은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이용환 상무는 "명목임금 상승은 원화가치 급등으로
가뜩이나 채산성을 맞추기 어려운 기업들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일부 기업들은 구조조정을 가속화할 방침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결국 연봉제를 확대도입해 문제를 해결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임금상승은 중장기적으로 물가에도 부담을 줄 전망이다.

최공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임금이 상승조정을 받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그러나 앞으로 거시경제정책을 운용하는데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수익성을 근본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해 제품의 고부가
가치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또 기술개발이나 품질향상을 통한 비가격부문에서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는다.

기업들도 여기에 동의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지나치게 빨리 찾아온 "고비용" 체제가 저효율을 만성화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 이성태 기자 ste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