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스톡옵션제도를 멋대로 도입하는 등 모럴해저드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국민세금이나 다름없는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금융기관이 베푼 금융
특혜로 부실기업의 경영실적이 개선될 조짐을 보이자 스톡옵션이란 눈속임
으로 제몫이상을 챙기려한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13일 금융계에 따르면 동아건설 고합에 이어 다른 워크아웃기업도 임직원
에게 스톡옵션을 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위해 채권단과 기업구조조정위원회는 최근 워크아웃팀장 회의를 갖고
이달말까지 스톡옵션 관련, 세부기준을 만들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앞으로 최소한 20개안팎의 워크아웃기업에 대해 다시 워크아웃
을 추진, 기존경영진을 스톡옵션을 받는 새 경영진으로 교체해야 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법원도 법정관리인에게 스톡옵션을 주기로 했다.

이같은 부문별한 수톡옵션도입으로 시중엔 "묻지마 스톡옵션"이란 조어까지
등장할 정도다.

부실기업에서까지 스톡옵션도입으로 "일확천금"을 노릴 수 있게 되자
금융기관과 해당업체에는 경영자로 뽑아달라는 자천타천 로비가 쇄도하고
있다.

스톡옵션으로 거액을 챙기는 것과 함께 부실기업을 살렸다는 명예까지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경영귀재족"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워크아웃기업이든 일반기업이든 스톡옵션을 경쟁적으로 도입해 "묻지마
스톡옵션"이란 말도 나오고 있다.

외환은행의 한 임원은 "최근 어느 기업의 경영자를 뽑는 과정에서 특정그룹
인사들이 누구누구를 밀어달라는 요청을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계와 재계 일각에선 워크아웃기업은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은행이 빚
부담을 덜어주는 곳인 만큼 이들 기업의 임직원에게 스톡옵션을 주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조흥 한빛 등 공적자금을 받은 은행 관계자들은 "워크아웃기업에 스톡옵션
을 허용하는 것은 금융당국이 공적자금을 받은 은행 임직원에 대해
스톡옵션제 시행을 유보시킨 것과도 형평이 맞지 않다"고 말했다.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서울은행과 한빛은행은 동아건설과 고합이 이미
채택한 스톡옵션제에 대해 부여조건을 더욱 엄격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도 워크아웃기업의 스톡옵션은 부여조건 등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증권연구원 김형태 연구위원은 "워크아웃기업이 스톡옵션을 도입할 수
있지만 채권단의 지원을 받은 기업이라는 점을 감안해 수량이나 행사조건
등을 설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크아웃 기어뿐만 아니라 일반기업의 스톡옵션 제도도 보완돼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조성욱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한국기업에선 주주의 견제와
감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기업의 주가를 동일업종의
상황이 비슷한 준거그룹의 주가와 비교해 스톡옵션 행사가격을 정하는 등
더 늦기전에 경영진들의 스톡옵션을 포함한 보수체계를 점검하고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그동안 공적자금 64조원중 44조원을 금융기관의 부실채권매입, 예금
대지급, 증자 등을 위해 썼다.

워크아웃기업은 바로 이런 국민의 돈으로 체력을 회복한 금융기관이 빚
부담을 덜어준 곳이다.

< 허귀식 기자 window@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