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그림에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말고 그냥 감상해주셨으면 합니다.
벽에 그림이 걸려있으니까 본다는 생각이면 되겠지요"

오는 20일까지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전시회를 갖는 오수환
화백.

그는 관람객들에게 "그림이 별것 아니라는 생각으로 보라"고 주문한다.

그래야 제대로 그림을 감상할수 있다는 것.

이분법적으로 화면을 구성하고 있는 그의 작품을 보면 마치 불교의 무나
공 사상을 떠올리게 한다.

"잔뜩 그려 넣었는데 텅비어 있고 아무것도 그리지 않은 것 같은데 가득
채워져 있다"(색즉시공 공즉시색)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작가도 텅빈 마음으로 볼것을 주문하고 있다.

그림에 의미를 붙이면 머리만 복잡해지고 그림의 순수함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마음이 어린애처럼 순수하고 순진해야 좋은 작품이 나옵니다. 그래서 그림
그릴때는 "참된 나"를 찾으려고 노력하지요"

그의 그림을 보면 동일한 크기의 두화면중 한면에는 굵은 붓자국만 남아있는
단색으로 가득차있다.

바로 옆면에는 흰바탕에 굵은 붓으로 그어댄 필선만 남아있다.

그래서인지 그의 그림은 얼핏 서예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이러한 작품특성 때문에 그의 그림은 "그림같지 않은 그림"이란 평가를
받기도 했다.

작가 한수산은 "오수환은 한국화단의 세류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자기를
지켜온 화가다. 공에 대한 개념, 무의식의 세계에 관심을 가지면서 줄기차게
추상을 추구해온 작가"라고 평했다.

출품작은 "적막" 시리즈로 5백호 대작 10여점, 3백호 10여점 등 총 40여점
이다.

현재 서울여대 교수다.

(02)720-1020

< 윤기설 기자 upyk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