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그룹은 신규사업에 진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 온 강봉균 재정경제부
장관이 9일 현대가 한국중공업 인수경쟁에 참여하는 것을 허용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강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한국경제연구원 주최로 열린
세미나에 참석, "현대가 한국중공업 인수경쟁에 참여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핵심업종인지 아닌지를 판단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동차를 핵심업종으로 둔 기업이 자동차사업을 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현대가 중공업을 핵심업종으로 분류하고 있는 사실을 감안할 때 강 장관의
발언은 현대가 재무구조 개선에 주력하면서 한국중공업 인수경쟁에 참여할
경우 문제삼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강 장관은 LG가 대한생명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사실을 의식한 듯 "5대
그룹이 부실이 많은 금융업에 진출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강 장관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그동안 한국중공업 인수에 참여하지도
못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해온 현대는 공식 반응은 자제하면서도 내심
반기는 표정이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대는 이미 지난해 12월 밝힌 대로 중공업을 5개
핵심업종의 하나로 선정해 놓았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의 한 임원은 지난 7일 "한국중공업 인수에 관심없다"고 했던
정몽헌 현대 회장의 발언과 관련해 "정 회장은 기자들이 "한중"이라고 했을
때 한라중공업으로 잘못 알아듣고 답변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현대중공업은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한국중공업 민영화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강 장관은 삼성자동차 빅딜에 대해서는 "진척이 있다"며 "이번
주말까지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화가 대한생명 인수에 참여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공개경쟁입찰인
만큼 장관이 할 말이 없다"고 언급을 회피했다.

< 권영설 기자 yskw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