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튼 브로드웨이에서 7번가로 이어지는 미드 타운 일대는 두 개의 별명을
갖고 있다.

패션 애비뉴와 코리아 웨이가 그것이다.

게스 캘빈 클라인 등 세계적 브랜드 의류를 찍어내는 각종 봉제 공장이 바로
이 지역에 밀집해 있는데다 주역들이 바로 한국계 사업가들이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다운타운쪽으로 좀더 내려가면 이스트 빌리지로 불리는 지역과
만난다.

문화 예술거리로 유명한 소호(SoHo)에서 그리 멀지 않은 이 일대 또한 명물
인 청과상점 대부분을 한국계가 경영하고 있다.

이처럼 뉴욕의 한복판을 점령한 한인 사업자들이 요즘 곤욕을 치르고 있다.

종업원의 대종을 이루고 있는 중남미계 이민인 히스패닉들이 반란을 시도하
고 있어서다.

이들은 최근 잇따라 노조를 결성해 한인 사업주들을 상대로 임금 및 처우개
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계 사업주들이 최저 임금선에 턱걸이하는 낮은 급여를 주면서
노동을 착취해 왔다며 단체 협상을 요구하는 등 사회 이슈화까지 시도하고
있다.

실제로 히스패닉을 위주로 한 이스트사이드 커뮤니티 노동연맹의 마이클
패런 공동의장은 최근 기자회견을 자청해 코리안 사업주들이 협상에 조속히
응하지 않을 경우 빠르면 이번 주말부터 불매운동에 돌입하고 업소 앞에서
피켓시위를 벌이는 한편 노동착취 실태를 폭로할 계획이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한인 사업주들은 이에대해 종업원들의 가입률이 50%에도 못미치는 노조를
종업원 대표로 인정하고 협상에 응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자칫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사태의 추이는 더 두고봐야 할 일이지만 이번 일로 미국내 한인들의 입지가
더 어려워지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돈만 아는 코리안이라는 미국내 일각의 그릇된 대한국인관이 이번 사태로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몇년전 로스앤젤레스에서 한인 타운을 상대로 일어났던 흑인들의 폭동에
대한 상흔이 아직도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최근 전개되고 있는 사태는
예사로울 수가 없다.

이제는 미국 속의 한국인들이 다양한 문화활동 등을 통해 현지 지역 사회에
서의 인종간 융화에도 적극 나서야 할 때가 됐다는 지적이다.

한인들이 소수민족이자 후발 이민자로서 미국 사회에 뿌리내리기 위한 길은
아직도 멀고 험한 것 같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 earthlink.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