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이화여대 박물관에서 열린 "한국지성사의 회고와 성찰" 학술
세미나는 지난 1백년간의 지식인들의 역사적 역할을 평가하고 새세기 한국
지성의 좌표를 모색하기 위한 자리였다.

교수신문사와 이화여대가 공동주최하고 삼성언론재단과 민음사가 후원한 이
세미나에서 이상희 서울대명예교수는 "지식인은 누구인가"란 주제발표를 통해
지난 1백년간의 한국 지식인을 세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다.

그는 우선 일제하에 독립운동을 하며 투옥을 감수하고 해방후엔 민족의
통일과 완전한 독립을 목표로 냉전이데올로기를 거부했던 지식인들을
"인텔리겐차"로 분류했다.

반면 온건한 방식으로 민족계몽운동과 반독재민주화 투쟁의 맥을 이은
지식인들을 "인텔렉츄얼" 유형으로 규정했다.

세번째 유형은 직업적이고 기능적인 지식인인 "테크노크라트"들이다.

이들은 일본 식민통치에 협력하고 정권에 빌붙어 출세와 영달을 꾀해온
부류다.

그는 그동안 테크노크라트들의 확대로 지식인의 역할이 사회에서 부정적으로
비춰졌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새시대의 우리 지식인들은 지적비판활동을 충실히 실천하는
인텔리겐차나 인텔렉츄얼유형으로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영태 교수는 "경제개발과 민주주의의 대립"을 통해 60~80년대 개발기간
동안 지식인들은 개발독재에 대해 침묵을 지키거나 심지어는 이를 지지,
찬양함으로써 지식인에 대한 여론을 부정적으로 만드는 후유증을 남겼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김대환 인하대 교수는 "대다수가 개발독재를 지지하는 가운데
경제학계에서는 다른 분야에 비해 비교적 일찍 비판그룹이 형성돼 어느정도
긍정적인 기능을 수행했다"고 주장했다.

< 오춘호 기자 ohch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