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6일 서울 서초구청 대회의실.

50여명의 벤처기업인들이 모인 가운데 조촐한 행사가 열렸다.

양재.포이 벤처기업협의회 창립총회였다.

특정 지역을 기반으로 한 벤처협의회로는 국내에서 처음 만들어진 모임이다.

양재역 사거리에서 성남.분당 방면으로 차로 5분 정도 달리면 양재꽃시장이
나온다.

이 부근에서 좌회전해 골목으로 들어가면 유리창이 모두 청색인 8층 건물
베델회관이 나온다.

이 건물 맨 위층.

수십명의 젊은이들이 저마다 컴퓨터에 매달려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청바지 등 간편한 캐주얼 차림의 20대가 대부분이어서 마치 대학 써클룸
같다.

포이밸리에서 잘나가는 벤처기업 중 하나인 닉스정보통신이다.

그룹웨어와 인트라넷 구축사업을 주력으로 지난해 1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 매출 예상액은 30억원.

95년 창업한지 몇년도 안돼 현대 삼성 LG SK 등을 주요 고객으로 확보할
만큼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 회사의 한주희 기획관리팀장은 "비슷한 기업들이 이곳에 밀집해 있다보니
필요할 때마다 수시로 다른 업체 사람들을 만나 아이디어를 교환할 수 있다"
고 포이밸리의 장점을 손꼽았다.

그는 "바깥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나 술을 마실 때도 언제나 컴퓨터라는
공통화제를 놓고 토론이 벌어지고 여기서 새로운 아이디어와 정보가 샘솟는다
"고 말한다.

이 건물 2층과 3층에는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한메소프트와 네트워크
장비개발업체인 청조정보통신이 둥지를 틀고 있다.

청조정보통신은 지난 94년 국내 처음으로 호스트컴퓨터와 LAN(구역내통신망)
을 연결하는 네트워크 장비인 "채널 게이트웨이"를 개발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한 업체다.

지금은 국내 최대의 게이트웨이 업체로 성장했다.

은행시장의 40% 가량을 장악하고 있다.

이 건물 30m 옆에 5층짜리 진성빌딩이 있다.

건물 정면에는 "환영 벤처기업 입주"라고 쓰인 플래카드가 내걸려 있다.

이 건물에는 인트라넷구축 전문업체인 아이소프트가 2층과 5층을 차지하고
있다.

직원이라야 고작 26명.

그래도 미국 휴스턴에 사무실을 내고 직원을 파견하고 있다.

이철호 사장은 양재.포이협의회 총무를 맡고 있다.

이 사장은 "협의회 설립을 계기로 소프트웨어 등을 단지내 벤처기업들이
공동구매키로 하는 등 벌써부터 포이밸리의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아이소프트가 입주해 있는 건물에서 위쪽으로 50m정도 가면 보안시스템
전문업체인 퓨쳐시스템의 간판이 보인다.

도처에 벤처기업들이 널려 있다.

이곳 사무용 건물이나 상가건물에는 어김없이 3~4개 이상의 벤처기업이
포진해 있다.

양재동에서 포이동 쪽으로 언남중학교를 지나면 보이는 붉은색 벽돌 4층
건물인 동원빌딩.

1층에는 냉면집과 커피숍이 영업을 하고 있다.

평범한 상가건물이다.

그러나 이 건물도 2,3,4층에 컴퓨터도난방지 시스템업체인 경기시스템이
입주해 있는 벤처빌딩이다.

컴퓨터도난방지시스템인 "컴가드"를 개발, 지난 2월 미국 시큐러트사에
45만달러어치를 수출했다.

포이동 국악초등학교 옆 짙은 파란색이 인상적인 4층 건물 3층에 입주한
테크밸리.

국내에서 유일하게 X레이 비파괴검사장비를 생산하고 있다.

이 회사 김성헌 사장은 고교졸업 후 개인연구소를 차리고 10년동안 연구개발
에만 몰두하다 2년전에야 창업한 이색적인 인물이다.

이 회사 강대리 영업관리실장은 "제품의 우수성이 알려지면서 올해 10억원
매출은 무난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에는 이 제품으로 미국 LA국제발명전시회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포이밸리가 낳은 신데렐라는 인성정보.

네트워크 및 시스템통합(SI) 분야에서 종합적인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대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는 이 분야에서 틈새시장을 공략해 성공한
업체다.

지난 91년 엔지니어출신인 원종윤 사장 등 3명이 회사를 차렸다.

지난해 매출은 5백억원.

직원만 2백20여명에 이르는 탄탄한 중견기업으로 자리잡았다.

올해 매출은 7백5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이들 말고도 직원 5명 안팎인 미니 벤처기업들이 포이밸리에는 부지기수로
널려있다.

대부분 정보통신 소프트웨어 컴퓨터 분야에서 기술 하나로 "한국의
빌 게이츠"를 꿈꾸는 파이오니어들이다.

지난 90년대초 돈없는 벤처전사들이 싼 임대료를 찾아 하나 둘씩 몰려들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포이밸리.

이제는 6백여 벤처들이 둥지를 튼 한국의 대표적인 벤처단지로 떠올랐다.

이제 그 응집의 시너지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 송태형 기자 toughlb@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