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서명 : ''나스카유적의 비밀''
저자 :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카르멘 로르바흐 박사
역자 : 박영구
출판사 : 푸른역사
가격 : 7,5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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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7대 불가사의로 꼽히는 페루 나스카 유적.

하늘에서만 내려다 보이는 거대한 그림의 주인은 누구일까.

사막을 한 장의 도화지처럼 사용한 그들은 왜 누구를 위해 이 그림을
남겼는가.

최근 출간된 "나스카 유적의 비밀"(카르멘 로르바흐 저, 박영구 역,
푸른역사, 7천5백원)이 해답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저자는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 박사이자 저명한 기행문 작가다.

이 책은 고대문명의 마지막 수수께끼를 찾아 떠나는 고고학적 탐험의
기록이다.

유적관련 기록영화 제작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이자 그림을 보존하기 위해
평생을 바친 독일 여성 마리아 라이헤(1903~1998)의 감동적인 삶을 추적한
일대기이기도 하다.

나스카 유적은 페루 수도 리마에서 태평양 연안을 따라 남쪽으로 4백40km
떨어진 사막지대 대평원에 있는 각종 그림.

여기에는 새와 물고기, 원숭이와 거미 같은 동물뿐만 아니라 직선과 화살표,
나선형과 사다리꼴 같은 도형들이 수없이 그려져 있다.

큰 고래도 보인다.

특히 원숭이 꼬리 모양 등의 나선형은 시작도 끝도 없는 생명의 상징으로
해석된다.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는 우주의 이치와 닮았다고도 한다.

2천년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그림들의 크기는 수십m에서
수십km 에이른다.

지구상에서 가장 큰 그림이다.

정체를 둘러싸고 학설이 분분하지만 그 중 어느 것도 과연 이 그림들이
무엇을 뜻하는지 명확히 설명을 해주지는 못한다.

고고학자 에리히 폰 데니켄은 외계인의 활주로라고 주장한다.

사다리꼴 형상을 토대로 우주선의 착륙 흔적이나 재착륙에 대비한 표시라는
것이다.

어떤 학자들은 고대 인디언들의 도로였다거나 관개수로, 아니면 스포츠
시설이었다고 말한다.

이 가운데 가장 설득력 있는 것은 마리아 라이헤의 "천문 캘린더"
이론이다.

사막의 수많은 선은 고대인의 역산법에 쓰였던 표시였으며 해가 뜨고 지는
위치, 달의 주기, 별자리들을 가리킨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거미 모양 그림은 오리온 성좌를 의미한다.

이는 마른 땅에 비가 내리길 기원하던 고대인들의 농업생산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한다.

라이헤는 지난해 6월 95세로 세상을 떠났다.

41년 나스카 유적을 처음 만난 그녀는 죽을 때까지 50년 동안 페루정부의
사막 관개사업 계획을 온몸으로 막아 철회시킨 인물.

사막의 열기와 햇빛 때문에 시력까지 잃었지만 그녀는 건강한 눈을 가진
사람보다 더 많은 것을 보았다.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고 인식되지 않은 것도 인간에게 어떤 중요한
의미를 지닐 수 있다"는 말은 깊이 새겨볼 대목이다.

이 책의 저자인 로르바흐는 고대신앙설을 조심스럽게 제기한다.

주술적 의식을 위한 그림이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그는 지나치게 컴퓨터에 의존하거나 수학적 통계로만 접근해서는 비밀을
제대로 해독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나스카 유적은 94년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그런데 지난 97년 여름 한국의 한 광고회사에 의해 일부가 훼손되는 일이
발생했다.

착륙금지구역에서 헬기를 착륙시키고 촬영을 시도하다 새 그림 일부를
망가뜨렸다는 외신보도가 전해져 국제 망신을 당했다.

"문화유산의 해"를 무색케 한 사건이었다.

이 지역을 여행했던 신영복 교수(성공회대)는 지난해 펴낸 "더불어숲"에서
이렇게 얘기했다.

"아직도 우리는 나스카의 그림을 읽는 방법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나스카 지상 그림에 대한 독법은 문명에 대한 새로운 독법에서 시작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수수께끼는 우리들을 돌이켜보게 하는 영원한 메시지로
남을 지도 모릅니다"

< 고두현 기자 kd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