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흔들리면서 첨단기술에 대한 개발 열기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IMF체제 극복은 첨단기술로"라는 구호가 연일 신문과 방송을 장식하고
상품광고도 "첨단기능 자동차" "첨단기능 컴퓨터" 등의 문구로 첨단기술임을
자랑한다.

첨단기술을 통한 국가경쟁력 제고만이 우리의 살길이란 얘기다.

그렇다면 첨단기술이란 무엇일까.

"첨단! 첨단!"하는 목소리는 높지만 첨단기술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나
철학은 정부 당국자나 기업인 모두 부족해 보인다.

일부에서는 첨단기술에 대한 개념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허상만
좇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첨단기술을 쉽게 정의한다면 "일부 선진국이 과점하고 있는 기술분야"라고
할 수 있다.

우주 항공 유전공학 신물질 컴퓨터 반도체 등과 같이 많은 개발비와 오랜
연구경험의 축적이 있어야만 기술개발이 가능한 분야다.

이런 첨단기술은 일반 과학기술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분야여서
어느 기술보다 고부가가치를 갖게 된다.

우리가 이런 첨단기술을 확보할 수만 있다면 금상첨화이겠다.

항공기나 신물질의 부가가치는 옷이나 운동화를 수만개 만들어 파는 것보다
훨씬 많은 이익을 가져다준다.

그러나 우리의 기술수준으로 첨단기술의 개발은 요원한 일이다.

물론 장기적 안목으로는 첨단기술분야의 연구개발도 서둘러야 한다.

하지만 이런 선진기술의 개발은 정부나 대학 또는 대기업 연구소의 몫이지
결코 벤처기업가나 개인발명가의 몫은 아니다.

벤처기업가에게 필요한 것은 이런 어마어마한 첨단기술이 아니라 많은
비용이나 시간 투자 없이도 시작할 수 있는 신생기술이나 하이터치기술
지식기반기술 등이다.

선구자적인 자세로 새로운 기술분야를 개척하거나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실용성 높은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다.

신생기술분야는 개발의 여지가 많으면서도 개발속도가 빨라 적은 연구비로도
선점자의 지위를 확보할 수 있다.

주로 정보통신 분야가 이에 해당하는 데 인터넷이나 소프트웨어가 대표적인
예다.

야후의 인터넷 관련기술은 당시 미국의 기술수준을 고려할 때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미래의 성장시장을 정확히 예측하고 발빠르게 이용자 위주의 기술을
구현함으로써 세계 제일의 인터넷 포털서비스회사로 성장할 수 있었다.

하이터치기술은 이미 나와 있는 제품을 개량하거나 기능을 첨가하는 것으로
벤처기업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분야다.

전자계산기는 일본의 샤프전자에 의해 1964년 처음 출시되었을 때만 해도
트랜지스터 6백개를 비롯해 모두 1천5백개의 부품을 사용해 개인용 컴퓨터
만한 크기였다.

그러나 78년에 이르러서는 그 많은 부품이 반도체 1개로 대체되어 명함만한
크기로 변했다.

부피가 1천8백분의 1, 무게가 6백40분의 1, 가격이 75분의 1로 준 것이다.

이렇게 가격이 싸고 크기도 작은 다기능 전자계산기가 개발되자 지금은
HP와 TI 카시오를 제외하고는 세계 대부분의 기업들이 이 분야에서 손을
떼게 되었다.

축소지향의 하이터치기술이 가져다준 성과다.

또 대중문화분야의 지식기반기술도 참신한 아이디어만 있다면 커다란
자금력없이 도전 가능한 분야다.

애니메이션 전자오락 등은 자연과학적 성질이 적다는 이유로 그동안
벤처기업으로 대우받지 못했었다.

그러나 캐릭터와 테마파크공원 등은 다양한 산업적 이용 가능성이 입증
되면서 가장 각광받는 벤처아이템이 됐다.

세계적으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온라인게임 "스타 크래프트"를 개발한
미국의 블리자드사는 지난해 2백10만개를 팔았으며, 일본의 닌텐도는 지난해
40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이렇듯 벤처창업자가 관심을 가져야 할 기술분야는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특수첨단기술이 아니다.

작지만 반짝이는 기술, 빠르게 성장하는 기술, 실생활에 유용한 기술,
대중문화적 지식기반기술이다.

"어깨의 힘을 빼고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라"는 한 복서의 말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 광운대 창업지원센터 전문위원.엠케이컨설팅 대표
stealth@ daisy.kwangwoon.ac.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