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월 대기업 계열사 부장에서 명예퇴직한 박상연씨(52.서울 강동구
길동).

"죽고만 싶었던" 그는 요즘 콧노래를 부르고 다닌다.

25년 근무한 경력으로 받은 퇴직금과 위로금 1억5천만원을 거의 10배로
불렸기 때문.

돈을 굴린 곳은 역시 대박이 터진 주식시장.

앞날이 막막해 일단 퇴직금 모두를 고금리 단기공사채형 수익증권에
박아두었던 박씨가 주식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작년 9월무렵이다.

증권쪽에서 일하는 친구들로부터 "연말께는 금리가 떨어진다"는 얘기를
듣고 뛰어 들었다.

1억원을 뽑아 증권주와 건설주를 샀다.

혹시나 해서 안전한 회사와 위험한 회사의 주식을 나누어 샀다.

당시 몇백원짜리 주식이 1천원까지는 가지 않겠느냐는 기대였다.

결과는 자신도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3백-5백원짜리 주식이 불과 3개월만에 7천~8천원에 육박했다.

1억원은 곧바로 13억원으로 불었다.

1천%이상의 수익률을 올린 셈.

반면 금리는 한자릿수로 뚝 떨어졌다.

월급쟁이 시절엔 꿈도 꾸지 못하던 돈을 만진 박씨는 올해초 당장 자동차
부터 바꿨다.

3년째 타던 중형차는 처남에게 주고 대형차를 새로 뽑았다.

평생 집만 지키던 부인과 지난달엔 20일간 유럽여행도 다녀왔다.

지금은 불린 돈을 안전한 은행 정기예금과 뮤추얼펀드에 각각 5억원씩 나눠
넣어 놓고 나머지 2억-3억원으로만 직접투자를 한다.

은행 이자만으로도 노후가 보장된 박씨는 더이상 욕심을 자제하고 이제부턴
"즐기며" 살기로 작정했다.

대학생인 딸을 시집보낸 뒤 부부가 조용히 노후를 보내기 위해 요즘은
주말마다 서울 근교의 전원주택을 보러 다니는게 일이다.

"눈물의 퇴직금"이 인생을 바꿔 놓은 "황금알"이 된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