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철기시대에 처음 등장하는 유리는 원삼국시대에 구슬형태로 다량
제작되어 주로 꾸미개로 이용되었다.

신라의 왕릉급 대형고분에서는 유리구슬외에도 유리잔이나 병 등이 출토되고
있다.

유리그릇이 고구려 백제 가야 유물에서는 거의 보이지않는 반면 신라고분
에서 주로 출토되고 있다.

이는 신라문화의 성격을 연구하는데 중요한 사료중 하나다.

이 유리그릇들은 대부분 남러시아 지중해주변 근동지방에서 출토되는
로마유리류와 그 형태나 제작기법이 유사하다.

이때문에 로마유리그릇이 중앙아시아의 초원지역을 통해 우리나라에 전해진
것으로 사학자들은 보고 있다.

뚜껑없는 이 유리잔(보물 624호.국립중앙박물관소장)은 유리그릇중에서
독특한 양식을 띠고 있는 유물이다.

경북 경주시 황남대총에서 출토된 이 유물은 아가리가 거의 수평으로 벌어져
S자 모양의 곡선을 이루는 나지막한 그릇이다.

아래에는 나팔처럼 벌어진 굽이 달렸다.

옅은 갈색 바탕에 짙은 갈색무늬가 나이테처럼 이루어져 아름다운 문양효과
를 나타내고 있다.

그릇형태의 단정함이나 세련된 제작기법으로 보아 서아시아 계통의 유물이
직접 신라까지 건너온 것으로 보인다.

높이 7cm, 구경 10.5cm.

< 오춘호 기자 ohch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