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울 외환시장에선 이상한 일이 하나 벌어지고 있다.

엔화가 달러화에 대해 약세일 땐 원화가 동반 약세를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엔화가 강세일 땐 원화가 함께 강세를 나타낸다.

25일에도 엔화가 전날 달러당 1백24엔에서 1백22.50엔 수준으로 올라서자
원화가치가 급등했다.

원화가치는 장중 한때 전날종가(1천1백89원)보다 크게 높은 1천1백82원50전
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원화가치는 지난17일이후 연6일째 오름세를 탔다.

이날은 1천1백87원에 마감됐다.

<> 왜 오르나 =원화가치가 급등하는건 수급불균형에서 비롯됐다.

달러화 공급은 많은데 사자는 세력은 찾아볼 수 없다.

요즘 외환시장의 주요 달러공급원은 외국인 직접투자자금이다.

아남반도체 5억8천만달러를 비롯해 하이트맥주 1억5천만달러등이 시장에
유입되고 있다.

또 LG전자가 들여올 16억달러도 시장참여자들의 기대심리를 한쪽(원화가치가
오를것)으로 내몰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월말요인까지 겹쳤다.

기업들은 대체로 월말에 네고물량을 내놓는다.

한 관계자는 "중소기업들마저 달러화를 팔고 있어 물량압박이 심하다"고
설명했다.

일부 기업들은 원화가치가 더 오를 것으로 판단, 손절매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은 외화예금도 처분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거주자 외화예금은 현재 1백억달러에 달한다.

그런 반면 달러화 수요는 거의 없다.

기업들은 달러화를 사기보다 오히려 팔아야 하는 입장이다.

은행들은 달러화 약세를 예상하고 달러화를 사지 않는다.

도이체은행 박준우 과장은 "국책은행 등 정부밖에 매수세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수출입은행등 국책은행들은 이날 약2억달러 규모의 달러화를
사들였다고 시장관계자들은 전했다.

<> 얼마까지 오를까 =도이체은행의 박 과장은 "기업들의 잉여물량이 많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1천1백70원도 문제없다"고 밝혔다.

씨티은행 김진규 지배인은 "원화가치 강세기조를 꺾을 힘이 보이지 않는다"
며 "이대로 놔두면 1천1백50원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1천1백75원 수준에서 외환당국의 개입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체이스맨해튼은행의 이성희 지배인은 "1차적으론 1천1백80원까지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당국이 개입해 물량을 흡수하면 단기적으로 1천1백95원까지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한은 관계자는 "외국인들이 주식시장에서 3일째 순매도를 하고
있어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국인들은 25일 약8백60억원을 순매도한 것을 비롯 최근 3일간 모두
2천억원의 주식을 판 것으로 파악됐다.

외국인들은 주식을 매각한 후 원화를 달러화로 바꾼다.

외환시장에 달러화 수요가 생기는 것이다.

외환당국은 현재 1 대 9.5~9.6 수준에서 형성돼 있는 원.엔 환율수준이
수출업체들의 경쟁력을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원.엔 환율의 경우 1 대 10은 돼야 한다"며 원화가치 절하
가능성을 거론했다.

< 이성태 기자 ste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