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인덕원 사거리에서 산본 방면으로 가다보면 도로변 오른쪽에 3층짜리
빨간 벽돌 건물이 나온다.

가정용 의료기 제조회사인 세인전자 사옥.

전자혈압계 시장에서 "세계 2위 업체"란 명성에 걸맞지 않게 다소 작고
낡았다는 느낌이다.

하지만 이 초라한 사옥도 보증금 6백만원에 월세 5백만원 짜리 남의 건물.

작년 매출이 1백50억원을 넘고 19억원의 이익을 남긴 탄탄한 중소기업이지만
아직 변변한 자기사옥이 없다.

사실은 여력이 있어도 사옥을 마련하지 않았다는게 정확하다.

최태영 사장(53).

대한전선에서 기술부장으로 있다가 세인전자를 창업한 최 사장은 "쓸데
없는 부동산은 안갖는다"는게 신조다.

"회사가 성공하려면 몸이 가볍고 유연해야 한다. 그러려면 고정자산은
최소화해야 한다"

그가 부동산을 멀리하는 이유는 또 있다.

"괜히 땅을 사놓았다가 값이 올라 돈을 벌면 눈이 돌아가 사업은 못한다"

한눈 팔지 않겠다는 뜻이다.

실제 세인전자는 안양시내 아파트형 공장 말고는 부동산이 한뼘도 없다.

손목형 혈압계 등 가정용 의료기 분야에선 독보적 경쟁력을 갖춘 세인전자
가 강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난 82년 설립된 이 회사의 주력 품목은 전자 혈압계와 저주파 물리치료기.

지난해 각각 1백36억원과 20억원씩의 매출을 올렸다.

이 가운데 수출비중은 약 90%.

유럽에선 25%의 시장을 차지하고 있으며 세계 전체로는 점유율이 10%에
이른다.

일본의 오므론(OMRON)사에 이어 두번째.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가정용 전자혈압계와 저주파 물리치료기를 자체
개발했다.

지난 98년 벤처기업 가운데 중소기업청장상을 수상한 것도 기술력을 인정
받은 덕분이었다.

이에 앞서 지난 94년 무역의 날엔 5백만달러 수출탑을 받은데 이어 96년엔
1천만달러 수출탑을 받았다.

연세대 세브란스팀과의 산학협동을 바탕으로 한 기술력과 부품 국산화를
통한 가격경쟁력으로 세계시장 점유율은 꾸준히 올라가고 있다.

세인전자의 올해 매출 목표는 2백40억원.

작년보다 50%정도 늘렸다.

최근 개발을 완료해 수출을 시작한 병원용 전자혈압계에 큰 기대를 걸고
있기 때문.

가정용 혈압계에 비해 마진이 훨씬 큰 데다 수출전망도 밝다.

향후 3~4년후엔 병원용 전자혈압계의 매출을 가정용 혈압계 만큼 끌어 올릴
계획이다.

최 사장은 필립스나 브라운 등 해외 유명 업체들과 전략적 제휴를 맺는
야무진 꿈도 키우고 있다.

"중소기업이 제품도 만들고 해외시장도 모두 개척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보다는 기존의 세계적 기업과 손잡고 생산 판매 등 역할을 분담하는게
효율적이다"

이달초 회사를 코스닥시장에 등록한 것도 그같은 해외협력을 염두에 두고
대외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였다고.

"손으론 한 우물을 파되 눈은 세계를 바라보라. 자기 능력에 맞게 욕심
부리지 말고 기업을 일구면서도 시장은 늘 국내가 아니라 세계를 생각하라"

내년중 가정용 혈압계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목표를 달리고 있는 최
사장이 귀띔해준 "성공 비결"이다.

(0343)421-0389

< 차병석 기자 chab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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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영 사장이 걸어온 길

<>46년생
<>서울대 전자공학과 졸업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 근무
<>대한전선 기술부장
<>82년 세인전자 설립
<>89년 가정용 전자혈압계 개발
<>90년 저주파 물리치료기 개발
<>98년 벤처기업대상 중소기업청장상 수상
<>99년5월 코스닥 등록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