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다는 주장이 유화업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미쓰이 등 일본 업체들이 헐값에 경영권을 가져가려 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정부도 이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LG석유화학 호남석유화학 한화종합화학 대림산업 등
여천단지에 입주하고 있는 4개 NCC 업체들은 최근 비공식 모임을 갖고
컨소시엄 구성방안을 논의했다.
이들은 정부가 "빅딜"의 기본 구도를 바꿔 국내 업체들도 대산단지에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경우 출자전환 등 부채구조조정을 전제로 투자
컨소시엄을 구성하자는데 원칙적 합의를 봤다.
울산에 입주해 있는 SK주식회사와 대한유화는 이 모임에 빠져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기존 업체 왜 나서나 =이들 업체들은 빅딜이 처음 구상될 때인 지난해
하반기와는 경제여건이 크게 달라졌다고 보고 있다.
모업체 관계자는 "외자유치가 절박한 것도 아니고 나머지 NCC 업체들이
모두 흑자를 보고 있는 상황이어서 굳이 일본업체라야 된다는 논리는 성립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본측이 경영권을 가져갈 경우 빅딜의 당초 목적인 "설비 축소를 통한
공급과잉해소"도 어려워질 것이란게 이들의 설명이다.
미쓰이 등이 설비를 자발적으로 줄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여기다 그동안 비교적 안정적이었던 내수가격 질서가 무너질 가능성도
높다.
이유는 또 있다.
대산단지를 "먹는" 업체는 한국 유화업계 전체를 조정할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갖게 된다는 사실이다.
대산이 통합되면 NCC 생산능력(에틸렌 기준)은 연간 1백55만t으로 아시아
1위가 된다.
기초원료인 나프타 수요는 연 4백50만t으로 이 역시 최대다.
아시아 전체의 수급과 수출 및 수입가격의 "결정권"을 갖게 된다.
국내 여타 업체들은 이 거대 기업에 종속될 수 밖에 없다.
국내업체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대산단지에 참여할 경우 이런 위험은
사라진다.
<> 미쓰이 등 일본 업계 입장 =미쓰이 등은 공식 반응은 않고 있지만
한국 업체들의 이런 움직임에 적잖이 당혹해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쓰이는 7월말까지 삼성종합화학과 현대석유화학의 실사를 끝내고 투자
금액을 결정할 예정.
이 과정에서 지분제한에 묶여 있고 일정에 쫓기는 삼성과 현대를 상대로
여유있는 협상을 할 수 있었다.
실제로 미쓰이는 투자규모를 최소화하기 위해 삼성과 현대에 감자를 요구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싼 값"에 아시아 최대 유화업체를 인수할 수 있었던 상황에서 한국 NCC
컨소시엄이라는 "복병"을 만난 셈이다.
미쓰이 등은 앞으로 양해각서 내용을 들어 일본측이 협상 우선권을 갖고
있음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업계 관계자들은 "미쓰이측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불참 방침을
일방 통보할지도 모른다"면서도 "일본 업계를 대표해 한국 유화업계를
견제해야 한다는 명분 때문에 실제로 물러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정부 방침과 향후 전망 =정부는 당초 빅딜 구도대로 외자유치를 통한
통합이라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현재 상태로라면 통합이 연말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제기
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일부 부처들은 국내 업체 컨소시엄 추진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미 미쓰이측과 잘 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그는 그러나 "형편이 좋은 국내 업체들이 좀 더 나은 대안을 갖고 있다면
반대할 이유는 없다"고 여운을 남겼다.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구조조정은 어디까지나 해당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문제"라며 "국내 컨소시엄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금융권의 경우도 부채구조조정 협상을 벌이기가 용이한 국내업체들의
참여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화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국내 업체 컨소시엄을 허용하면 이는 빅딜의
기본 구도가 바뀌는 것이기 때문에 새로운 양상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그 예로 최근 재무구조가 다소 호전된 삼성종합화학이 "독자 생존"을
선언할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 권영설 기자 yskw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