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이야 말로 신토불이로"

요즘 황토 건강제품이 인기다.

황토장판 황토침대 황토전원주택 등이 있는가 하면 황토찜질방도 성황이다.

황토굴에 들어가 황토욕을 하는 치료법도 있다.

"한국인의 인체세포에 대한 친화성이 황토 만큼 높은 소재가 없다"는 게
황토상품 업체들의 주장이다.

황토의 물리적 성질을 검토해 보면 황토의 효능을 어느정도는 인정할 수
있다.

19년간 황토를 연구해온 백우현 경상대 화학과 교수는 "황토는 입자간
공간이 넓어 통풍효과가 뛰어 나고 쾌적한 습도를 유지해 준다"고 말한다.

황토 입자는 산화규소 사면체-산화알루미늄 팔면체-산화규소 사면체의
3층구조로 한 입자를 형성하고 있다.

이것이 벌집모양으로 쌓이기 때문에 입자간의 공간이 크다는 설명이다.

또 황토는 산소원자와 필수 미량원소를 많이 함유하고 있다.

물이 황토층을 통과할 때 용존산소가 늘어나 물맛이 좋아지고 필수
미량무기질을 섭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옛날에는 황토에 지하수를 붓고 흙이 가라앉은 뒤 윗물을 떠
음용수나 밥 짓는 물로 썼다.

이를 "지장수"라고 불렀다.

백 교수는 황토는 원적외선과 음이온도 맥반석보다 많이 발산한다고
소개했다.

원적외선은 피부 깊숙하게 복사열을 침투시키는 데 가장 유용한 광선이다.

음이온은 콘크리트와 오염물질로 세포막 바깥 쪽에 양이온이 과다하게
밀집해 있는 우리 인체를 정화시키는 기능을 한다.

그러나 황토가 신비의 재료만은 아니다.

우선은 그 효능들이 과학적으로 완전하게 입증되지 않은 상태다.

특히 황토가 인기를 끌자 잡토를 섞어 만든 엉터리 황토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또 오염된 황토를 이용할 경우엔 오히려 해로울 수도 있다.

황토찜질방도 골라서 가야 한다.

일반적으로 찜질은 찜질판에 섭씨 2백도 이하의 열을 가해 원적외선이
피부 속으로 들어가게 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러나 황토방에서는 너무 높은 열을 가해 원적외선 보다 오히려 자외선이
나올 우려가 있다.

또 가열기구가 실내에 있으면 산소를 잡아먹어 실내공기가 혼탁해지기
때문에 가열기구가 밖에 있는 곳을 선택해야 한다.

백 교수는 "황토의 원적외선 및 음이온 발산력, 혈류개선 효과, 세포활성화
능력 등에 대한 표준을 정해 제대로 된 건강제품이 유통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품질기준이 마련돼야 현재처럼 잡토를 황토로 둔갑시키는 행태를 근절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 정종호 기자 rumba@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