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금융기관을 파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는 금융감독위원회는 애초부터
경험이 부족한 아마추어다.

견습과정조차 변변히 거치지 못했다.

제일은행과 대한생명 매각작업이 진통을 겪는 것도 "연습생 수준"인 금감위
사람들의 정교하지 못한 협상때문이라는 비판도 있다.

이헌재 금감위원장이 작년말까지 제일은행을 팔기 위해 서둘러 양해각서
(MOU)를 교환했던게 실책이라면 실책이다.

제일은행을 사겠다는 미국 뉴브리지 캐피털에 대한 정밀조사도 하지 못한채
덜렁 MOU를 교환했다.

협상을 다 끝낸듯이 홍보도 거창하게 했다.

금감위는 당시 외자유치가 시급했다고 변명한다.

그로부터 4개월 넘게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시한은 몇차례 넘겼다.

뉴브리지는 최근 색다른 수정안을 냈다.

금감위가 4개월째 검토해온 안과는 전혀 다르다.

"새 제안을 정밀 분석하는데 골치가 아픕니다"

한 관계자의 호소는 부실회사 인수 전문가들에게 휘둘림을 당하고 있는
금감위 아마추어들의 아픈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대한생명도 입찰을 새로 하게 됐다.

세계적인 보험사들인 미국 메트로폴리탄과 프랑스 악사(AXA)가 대한생명에
군침을 흘렸던 3~4월까지만 해도 일이 잘 풀리는 듯했다.

"제일은행은 미국 투자자에게 팔고 서울은행은 영국계 금융기관(HSBC:홍콩상
하이은행)에 넘겨 선진금융기법을 배울수 있게 됐습니다. 대한생명도 외국
보험사에 팔아 보험업계가 혁신적인 기법을 익힐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금감위 분위기는 한껏 고조됐었다.

하지만 메트로폴리탄과 AXA는 갑작스럽게 대한생명에 등을 돌렸다.

전문가들이 떠난 곳에 뜨내기같은 투자자들이 손을 내밀긴 했다.

한국에 잘 알려져있지 않은 펀드도 가세했다.

유력한 경쟁자들이 등을 돌린 마당에 이들이 높은 값을 써낼리는 없다.

대한생명을 반드시 인수하겠다는 LG도 금감위의 기대에 못미치는 가격을
써낸 것으로 들린다.

유력한 외국 경쟁자들을 놓친게 금감위로선 실수라고 할수 있다.

제일은행과 대한생명 매각이 언제 결말지어질지 알수 없다.

제일은행 고객들은 은행을 떠날 조짐이다.

직원들의 사기도 땅에 떨어졌다.

모두 소중한 한국기업들이다.

제값을 받는게 중요하다.

선진자본에 넘긴다면 금상첨화다.

금감위 아마추어들이 이런 기대에 부응할수 있을지 주목된다.

< 고광철 경제부 기자 gw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0일자 ).